[김현정 칼럼] 기회 vs 위기⋯정부지원금의 두 얼굴

  • 등록 2026.03.12 10: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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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 보조금 집행점검 강화 까닥 잘못하면 형사처벌 우려 ‘증빙 3요소’ 완벽한 일치 필수 잘 관리하면 소중한 성장자원


경제타임스 김현정 변호사 | 최근 정부 각 부처가 보조금 집행 점검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 대표가 ‘보조금 부정수급' 혐의로 수사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많은 대표들이 “회사를 위해 잠시 자금을 융통했을 뿐, 고의로 편취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해명만으로는 형사처벌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지원금 부정수급 사건의 법적 경계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엄격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오해는 ‘기망의 고의’가 없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보조금법 위반죄는 처음부터 보조금을 가로챌 목적이었는지를 따지기보다, 객관적인 사실에 주목한다.

즉, 거짓 신청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신청했는지, 승인된 용도 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금으로 받은 1억원 중 일부를 직원 급여나 임대료로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채워 넣을 생각이었더라도, 이는 명백한 ‘용도 외 사용’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 정산하면 괜찮다’는 생각은 법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보조금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상 과오가 아닌 중범죄다.

더욱 무서운 것은 연쇄적인 불이익이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수령한 보조금 전액 환수는 물론, 최대 5배에 달하는 제재부가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향후 5년간 모든 정부지원 사업 참여 자격이 박탈돼 사실상 기업의 성장 동력이 끊길 수 있다. 자주 문제 되는 유형은 실제 구매하지 않은 장비를 허위 세금계산서로 정산하는 경우, 채용장려금을 받기 위해 퇴사한 직원을 계속 고용 중인 것처럼 꾸미는 경우, 연구개발(R&D) 인건비 명목의 지원금을 회사 운영비로 사용하는 경우 등이다.

‘업계 관행’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으며, 서류 작업을 도운 직원이나 거래처, 세무 대리인까지 공범으로 엮일 수 있어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위기를 예방할 수 있을까? 원칙은 ‘투명성’과 ‘절차 준수’다. 지원금 협약서에 명시된 사용 가능 항목과 비율, 정산 절차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지출은 계약서, 세금계산서, 통장 이체 내역이라는 ‘증빙 3요소’가 완벽히 일치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만약 용도 변경이 불가피하더라도 임의 집행은 절대 금물이며, 반드시 사전에 주관 기관에 서면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나아가, 대표는 단순히 절차를 숙지하는 것을 넘어 조직 전체에 규정 준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내부감사를 실시하고, 지출 결재 라인을 명확히 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또 실무 담당자들에게 보조금 규정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관련 업무 매뉴얼을 비치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모든 증빙 서류는 사소한 메모까지 포함해 원본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철칙이며,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감지된다면 사후 수습을 기대하기보다 즉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지원금은 중소기업에 더없이 소중한 성장 자원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사용을 넘어 투명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지원금을 받는 순간부터 그 관리 책임은 오롯이 대표 본인의 몫이 된다. ‘설마 내 회사까지야’라는 안일함이 대표를 법정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현정 변호사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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