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한국 시간으로 1월10일 0시(현지시간 9일 오전 10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무역 정책인 ‘상호관세’에 대한 위법 여부 판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를 ‘슈퍼 이벤트’로, 증권가는 판결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위법 가능성”… 시장의 첫 ‘회색 코뿔소’ 등장하나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하급심은 이미 권한 밖의 일이라고 판단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항소했다.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도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패소 확률을 76% 수준으로 반영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미 대법원 판결을 올해 금융시장이 마주할 첫 번째 ‘회색 코뿔소(Gray Rhino)’로 규정했다. 회색 코뿔소란 개연성이 높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과하기 쉬워 실제로 닥쳤을 때 큰 파급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을 뜻한다.
■ 트럼프의 ‘플랜B’… 즉각적인 관세 철폐는 미지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위법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순순히 관세를 포기하거나 즉각적인 현금 환급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입장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도 이미 ‘플랜B’를 준비 중일 것”이라며 “무역확장법 232조나 통상법 301조를 동원해 관세를 유지하거나, 급한 대로 무역법 112조를 통해 150일간 관세를 부과하며 시간을 벌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법적으로는 행정부의 패배일지라도, 실질적인 무역 장벽이 즉시 허물어지기보다는 행정 절차를 통한 ‘시간 끌기’와 ‘우회로 찾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무리한 품목 관세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액 환급’… “돈 돌려받아도 韓 기업엔 독”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의 승소냐 패소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판결의 '범위와 수위'가 향후 시장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행정부의 권한을 얼마나 제한하느냐에 따라 백악관의 대응 시나리오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꼽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법원이 절충안을 내놓거나 쟁점을 좁게 해석하는 경우다. 이는 현재 금융시장이 깔고 있는 기본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관세 전액 환급 명령’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11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어 호재처럼 보이지만, 이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적으로 관세 부과가 막히고 환급까지 해줘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 등 더 강력하고 즉각적인 대체 법안을 동원해 보복성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에 더 큰 불확실성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 트럼프 레임덕 가속화 우려… 채권 변동성 지표(MOVE) 봐야
정치적인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관세 환급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 동력을 급격히 약화시킬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이번 판결로 정책적 타격까지 입을 경우 규제 완화나 투자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나아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진할 경우 탄핵 리스크까지 재부상하며 금융시장에 위험회피 환경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인해 금리 급등과 달러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주가 지수보다 채권시장 변동성 지표인 ‘무브(MOVE) 지수’를 우선적으로 살피라는 조언이다. 판결 직후 MOVE 지수가 치솟는다면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하겠지만, 지수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오히려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또한 단기 변동성이 나오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 매수의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과거 데이터를 볼 때 새해 첫 5거래일 증시가 상승하면 연간 수익률도 플러스일 확률이 83.7%에 달했으며, 평균 상승률은 14.2%였다”며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중기적 관점에서 조정장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 韓 기업 “최소한 악재는 아니다”… 자동차·철강 반사이익 주목
한편, 국내 전문 대부분은는 이번 판결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중립 이상’의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패소할 경우 상호관세 무효화로 인해 그동안 관세 부담이 컸던 자동차와 철강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트럼프 관세로 분기당 1조~2조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실제 환금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위법 판결은 수혜가 예상된다”라며 “최소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 잃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의 독주식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린다는 상징성만으로도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등 정책 피해주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