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국내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운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고금리·경기둔화·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자금흐름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월13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외부감사를 받은 국내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17.1%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0.7%포인트 증가한 수치이자 2010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 기록이다.
한계기업 비중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15.5% △2022년: 16.4% △2023년: 17.1%. 특히 3년 이상 한계 상태에 빠진 ‘만성 한계기업’ 비중은 44.8%로 전년(36.5%) 대비 급증했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 위험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 석유화학·전기전자 업종, 공급과잉 직격탄
글로벌 공급과잉 여파를 직접 받은 업종에서의 타격은 더욱 뚜렷하다. 석유화학, 전기·전자 업종 각각에서 신용공여액 기준 한계기업 비중이 급등하며 금융취약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전반적인 기업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계기업 증가가 나타난 것은 경기 요인뿐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 중소기업 연체율, 15년 만에 최고…정책금융기관도 방어 한계
자금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IBK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0%,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은행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도 1.03%로 2010년 3분기(1.08%)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다. 기업은행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이어간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은행의 방어에도 연체 상승을 막기 어려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시중은행도 연체 상승…자영업·취약차주 중심으로 위험 확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팩트북 기준)도 올 3분기 0.53%로, 2017년 1분기 이후 최고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인을 지목한다. △내수 부진 장기화 → 자영업자 매출 급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 신용 취약 차주 상환능력 저하 △환율 급등 → 외화대출 차주 부담 가중
고금리와 비용 상승 압력, 소비 위축,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결합한 ‘복합 불황’이 기업 자금흐름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 ‘부실 확산’ 경고음…정책적 대응 필요성 커져
전문가들은 한계기업의 누적 증가와 중소기업 연체율 급등이 향후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실 전이 속도가 빨라지면 은행권의 대손비용 확대, 여신 축소로 이어져 기업 자금난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영세 차주의 부실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정책금융기관과 은행의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