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연기금이 6개월 만에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하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전환의 직접적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모두에서 ‘실체가 있는 AI 산업’에 투자 방향이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 코스피, 6개월 만의 순매수… 현대차 중심으로 매수세 집중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799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6개월간의 매도 기조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연기금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다가, 올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조6,384억 원을 쏟아내며 코스피 매도세를 유지해왔다.
이번 순매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현대자동차에 대한 집중 매수다. 연기금은 이달 현대차 주식을 1,468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단일 종목 기준 가장 많은 비중을 채웠다. 이는 전체 코스피 순매수 규모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사실상 ‘현대차 단독 매수’에 가깝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핵심 축인 현대모비스도 962억 원 순매수되며 뒤를 이었다.
연기금의 매수 포인트는 현대차가 피지컬 AI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현대차는 내년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과 로봇 기술 상용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출시 등 AI 기반 제조·모빌리티 혁신 전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한국 시장에 총 26만 장의 차세대 GPU를 공급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현대차에도 동일한 규모인 5만 장을 배정한 사실은 업계에 큰 의미를 남겼다. AI 전환을 추진 중인 완성차 기업 가운데 현대차가 엔비디아의 전략적 파트너에 포함됐다는 점이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IBK투자증권 이현욱 연구원은 “현대차는 모빌리티, 로보틱스, 제조, 물류를 아우르는 피지컬AI 생태계를 보유한 드문 기업”이라며 “엔비디아가 현대차를 전략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도 이 같은 확장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45만 원까지 상향 조정하며 AI 전환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리레이팅)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코스닥도 연속 순매수… 로보티즈 287억으로 최대 낙점
연기금의 매수세는 코스닥에서도 확인된다. 연기금은 지난달 215억 원에 이어 이달 들어 453억 원을 순매수하며 중소형 기술주에 대한 저가 매수를 이어갔다.
특히 로보티즈가 287억 원으로 가장 많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로보티즈는 정밀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Actuator) 기술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피지컬AI 로봇 시대의 핵심 수혜주로 꼽힌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부품으로, 정밀 제어·고강도 내구성을 요구하는 AI 로봇 산업에서 필수적이다. 로보티즈는 2003년부터 액추에이터 개발을 시작한 국내 대표 ‘퍼스트 무버’ 기업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정부 정책 호재도 더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로봇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대규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 이지니 연구원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3%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액추에이터는 초소형부터 중형까지 전 영역에서 장기적으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연기금, “테마 AI 아닌 실체 AI로 방향 전환”
시장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연속 매수가 단순한 단기 기술적 매집이 아닌, AI 실체화 국면에서의 구조적 포트폴리오 재편이라고 진단한다.
코스피에서는 ‘피지컬 AI 모빌리티’ 현대차·현대모비스, 코스닥에서는 ‘액추에이터 기반 로봇 기업’ 로보티즈, 이들 기업은 제조·로봇·자동차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AI가 구현되는 영역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연기금은 단순 AI 테마주가 아닌 AI가 산업을 직접 바꾸는 ‘하드웨어·로보틱스·모빌리티 중심’ 종목에 확실한 베팅을 시작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