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도, 명예도 빼앗겼다"…대진유니텍 사건의 진실

  • 등록 2025.11.03 15: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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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인수 뒤 단가 인하·압박…하루 만의 인수, 검찰은 침묵했다
한온시스템 인수 후 대표 구속…대기업 중심 산업 생태계의 민낯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현대·기아차의 협력사로 30년 이상 거래하던 중소기업 대진유니텍이 2016년 하루 만에 1차 협력사 한온시스템에 인수된 뒤 대표가 특가법상 공갈 혐의로 구속됐다.

 

민사분쟁이 아닌, 사모펀드식 경영권 인수 구조와 대기업 하청 체계, 그리고 검찰의 수사 공정성 논란이 결합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한국 산업 생태계에서 자본과 권력이 결합할 때 어떻게 중소기업이 구조적으로 희생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 산업 구조: 하청 피라미드의 최하단, ‘병(丙’의 생존 불가능한 구조

 

국내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1차 협력사-2차 하청’의 피라미드형 공급망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원가 절감 압박이 아래로 전가되는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대진유니텍은 1985년부터 한라공조(현 한온시스템)에 금형과 공조 부품을 납품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2014년 한라공조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뒤 상황은 급변했다. ‘수익 극대화’와 ‘매각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PEF식 경영이 도입되면서, 한온시스템은 단가 인하, 무상 수리, 납품 감액 등 구조조정성 요구를 협력사에 전가했다.

 

통상적 거래관계의 재조정이 아니라, 사모펀드의 Exit(투자 회수)을 위한 단기 이익 극대화 전략이었다. 하청업체들은 “협조하지 않으면 발주 중단”이라는 구조적 압박 아래 놓였다.

 

■ 자본 구조: 사모펀드 경영의 본질 — ‘거래관계의 금융상품화’

 

한앤컴퍼니는 2010년 설립 이후 바이아웃 중심의 PEF(Private Equity Fund)로 성장했다. 핵심 전략은 ‘기업 인수 → 비용 절감 → 기업가치 상승 → 매각’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실제 산업생산보다 재무적 효율을 우선시하는 구조조정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한온시스템 인수 당시에도, 대진유니텍과 같은 2·3차 협력사들은 실질적 기술력이나 생산성보다 계약 단가와 수금 회전율로 평가됐다. 즉, 산업 가치가 아닌 재무지표 중심의 거래 구조가 도입되면서 하청업체의 협상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송윤섭 전 대표가 한온시스템 측에 ‘사업부문 인수’를 제안한 뒤 하루 만에 계약이 성사된 것도 이 같은 구조의 부산물이다. 하청업체의 경영 위기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기회(Asset Acquisition)’였고, 법적 구조상 협의 인수가 아니라 사실상의 강제 인수로 이어졌다.

 

■ 법조 구조: 검찰·전관 네트워크와 ‘편향된 정의’

 

대진유니텍 사태의 사법적 처리 과정은 또 다른 권력 구조를 보여준다. 사건을 담당한 천안지청이 한온시스템 측의 형사 책임을 불송치 처리하고, 이후 당시 지청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이직해 피의자 측 변호인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형적인 ‘수사→이직→변호’ 구조의 전관 네트워크로, 법조계 내 이해충돌 방지 장치의 한계를 보여준다.실제 경찰이 두 차례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검찰이 모두 기각한 사실은 “검찰권의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을 불렀다.

 

경제형벌 제도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법무부는 “기업 간 민형사 분쟁에 배임·공갈죄를 적용하는 관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에서는 대기업이 가해자일 때는 면죄, 중소기업이 피해자일 때는 형사처벌로 귀결되는 이중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대진유니텍 사건은 한 하청업체의 몰락이 아니라, 한국형 산업 자본주의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낸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 안에서 어느 누가 공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은국 기자 miste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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