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거래량 회복의 착시…'준공 후 미분양' 2.5만 호의 경고

  • 등록 2025.04.29 10: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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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악성 재고 80% 집중…'애프터 리스크' 시한폭탄
분양 실적 반토막 난 지방…수도권 규제 완화가 부른 역효과

 

올해 3월 서울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76.2%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언뜻 보면 시장이 살아나는 신호로 읽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험천만하다. 이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가 '서울 불패' 신앙에 기름을 부은 결과다.

 

전국적인 건설 원가 상승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 속에서도 자본은 오직 서울로만 몰리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쏠림 현상은 비수도권의 인허가 누적 실적 35.1% 감소라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방의 공급 기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서울의 수치만 치솟는 것은 국가 전체 주택 수급의 균형이 완전히 파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거래량 97% 폭증’의 함정…추격 매수가 만든 ‘불안한 반등’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월 대비 97.1% 폭증한 9,349건을 기록하며 시장 회복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이를 '건강한 회복'으로 보지 않는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정책금융 지원에 기댄 일시적 '막차 타기' 수요가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월세 거래량이 14.1% 감소하며 안정세를 보인다는 분석도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 임대차 시장의 정체는 세입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매매 시장으로 떠밀려 나갔거나, 혹은 높은 전세가를 견디지 못해 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거래량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나, 이것이 서민 주거 안정보다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 ‘악성 미분양’ 2만 5천 호 돌파…지방 건설사의 ‘소리 없는 비명’


이번 통계에서 가장 뼈아픈 지점은 '준공 후 미분양'이다. 전월 대비 5.9% 증가하며 25,117호에 달했다. 일명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이 수치는 건물을 다 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해 건설사의 유동성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중 80% 이상(20,543호)이 비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은 인허가와 거래량이 폭발하며 잔치를 벌이는 동안, 지방 건설사들은 공사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줄도산' 공포에 떨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1.6%의 전체 미분양 감소 수치는 서울·수도권의 일부 소진에 따른 '착시'일 뿐, 지방의 실질적인 '애프터 리스크'는 오히려 임계점에 도달했다.

 

■ 착공 실적의 지역별 편차…2~3년 뒤 ‘공급 대란’ 예고편


수도권 착공은 15.5% 늘었으나 서울은 오히려 75.1% 급감했다. 인허가는 폭발했는데 착공이 줄어든 것은 토지만 확보하고 실제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현장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공사비 갈등과 금리 부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허가 수치만 부풀려진 셈이다.

 

이는 2~3년 뒤 서울의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가격 폭등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반면 비수도권은 준공 실적이 72.7%나 급감하며 신규 주택 공급 자체가 끊기는 '고립된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는 3월 통계를 두고 '수도권 중심의 회복세'라며 낙관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에 비친 통계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허리가 끊어지고 있는 절박한 보고서다.

 

지방은 미분양 늪에 빠져 고사하고, 서울은 투기적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드는 기형적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규제를 풀고 거래량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지방의 악성 재고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수도권 쏠림을 억제하는 '균형 잡힌 처방'이 나오지 않는다면, 3월의 '화려한 수치'는 훗날 부동산 거품 붕괴의 시작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홍진우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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