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우리나라 공무원이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북한은 25일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인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22일 오후 3시 30분경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최초 발견됐다. 해당 선박 선원들은 21일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했다.
밤 9시 40분경 북한군이 단속정을 타고 다가와 A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총격 직전 '상부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어 밤 10시 11분 북측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통지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지 하루만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가 오전에 보내온 통지문 전문을 공개했다. 통지문은 국가정보원을 통해 전달됐다.
북측은 “김 위원장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코로나19)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고생)하고 있는 남녘 동포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 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해상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며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사건의 경위도 설명했다. 북측은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한다”고 기술했다.
이어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하였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며,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측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덧붙였다.
군당국의 설명과 북한의 해명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조사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서 안보실장은 "우리 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한 결과와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해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공무원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유족들은 의문을 갖고 있어 이에 대한 추가 조사 역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