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거래 정지된 신라젠의 소액주주들이 청와대를 찾아 “최소한 주식 매매를 재개해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31일 오후 1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거래소의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과 동문서답 언론플레이에 신라젠에 투자한 17만 개인 투자자, 그들의 가족 등 70만 국민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직면했다”며, “최소한 주식 매매를 재개해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의 철저한 통제하에 진행됐다. 신라젠 피해자들은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1시에 5~7명씩 청와대 앞 분수대로 이동했다.
종로경찰서는 방송을 통해 “해당 지역은 감염병예방법상 집회 및 모임 금지 지역”이라며, “순수한 기자회견으로 진행되길 바라고, 불법 시위로 변절될 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거래소, 상장허가 내주고 상장 전 문제로 거래정지··· 스스로 절차 정면 부인"
신라젠은 2016년 12월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한국거래소는 신라젠 상장 2년 9개월 전인 2014년 3월에 발생한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과정 중 발생한 배임 혐의 등을 이유로 지난 5월 신라젠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문 전 대표는 2014년 자기자본 없이 350억 원 상당의 신라젠 BW를 인수해 191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5월 구속됐다. 이어 6월 15일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19일 신라젠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대상기업의 상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는 절차다. 8월 7일까지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라젠의 상장폐지, 주식 매매 재개 여부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정부와 청와대에 신라젠 주식거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24일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앞으로 면담요청서를 발송했고,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면담도 진행했다.
이성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증권거래소 상장 규정 제32조 제1항을 들며 “상정 전 3개년도 재무제표 파악과 외부감사인의 적정의견 확인 후 심사와 상장허가라는 절차를 스스로 정면 부인하고 배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허가를 내주고 이후 상장 전의 문제로 거래정지 조치한다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신뢰하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투자를 해야할 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 세력들이 신라젠 정치 도구화하여 이익 추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제기한 검언 유착 의혹 수사에 대검찰청 지휘부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대립하자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추 장관이 2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대희 기자)
한편 이 대표는 “정치 세력들이 신라젠을 정치 도구화하여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이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라젠은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대주주였던 회사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는 2015년 신라젠 부산대병원 연구소 개소식에서 축사를 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공모해 이 전 대표를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검사장 수사 과정에서 대검찰청 지휘부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의 의견 대립이 발생했고, 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하라’는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24일 법조계·학계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 넘기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 중단 권고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성호 대표는 “신라젠은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정치도구화 되었으며, 심지어 정부와 모든 정치인들은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신라젠을 제 자리로 돌려야만 정치와 관련없고 힘없는 국민들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과 책임을 다하고,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결단만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