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톡 뿌리면 ‘1초 지혈’… KAIST, '마법 가루' 개발

  • 등록 2025.12.29 15: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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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닿자마자 강력 밀봉 장벽 형성, 과다출혈 막는 혁신적 파우더
상온서 2년 보관 가능, 기존 패치형 한계 넘은 '실전형 지혈 기술'

경제타임스 여원동 기자 | KAIST 연구진이 상처 부위에 뿌리기만 하면 약 1초 이내에 출혈을 멈추는 파우더형 지혈제를 개발했다. 기존 패치형·분말형 지혈제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로, 전투와 재난 현장 등 극한 환경에서도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스티브 박 교수와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공동연구팀이 강력한 하이드로겔 장벽을 형성하는 파우더형 지혈제를 개발했다고 12월29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육군 소령 연구진이 직접 참여해 실제 전투 환경을 고려한 실전형 기술로 완성도를 높였다. 기존 의료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패치형 지혈제는 평면 구조로 인해 깊고 복잡한 상처에 적용하기 어렵고, 온도와 습도 변화에 민감해 보관과 운용에 제약이 있었다. 파우더형 지혈제 역시 혈액을 단순 흡수하는 방식으로 지혈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액 속 이온 반응에 주목했다. 새롭게 개발한 ‘AGCL 파우더’는 알지네이트, 겔란검, 키토산 등 생체적합 천연 소재를 결합한 구조로, 혈액 내 칼슘 등 양이온과 반응해 1초 이내에 겔 상태로 변하며 상처 부위를 즉각 밀봉한다.

 

AGCL 파우더는 자체 무게의 7배 이상에 달하는 혈액을 흡수할 수 있는 3차원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40kPa 이상의 높은 접착력을 통해 고압·과다출혈 상황에서도 혈류를 빠르게 차단한다. 이는 상용 지혈제 대비 우수한 밀폐 성능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혈액 접촉 시 용혈률 3% 미만, 세포 생존율 99% 이상, 항균 효과 99.9%를 나타냈다. 동물실험에서는 빠른 상처 회복과 혈관·콜라겐 재생 촉진 효과가 확인됐으며, 간 손상 수술 실험에서도 출혈량과 지혈 시간이 크게 감소하고 수술 후 간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특히 이 지혈제는 실온과 고습 환경에서도 2년간 성능이 유지돼 군 작전 현장이나 재난 지역 등 열악한 조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연구팀은 국방 목적뿐 아니라 재난 대응, 개발도상국, 의료 취약 지역 등 응급의료 전반으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박규순 KAIST 박사과정생(육군 소령)은 “현대전의 핵심은 인명 손실 최소화”라며 “이번 기술이 군과 민간 의료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여원동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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