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종묘 경관 vs 녹지 도심…세운4구역주민 소송

  • 등록 2025.12.30 09: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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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표류에 주민들 생활고 한계…국가유산청 ‘인허가 횡포’ 법정서 가린다
보호구역 밖인데 높이 규제 정당한가? 제2의 ‘왕릉 아파트’ 사태 예고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서울 도심 재개발의 상징인 세운4구역이 결국 ‘법정’으로 향했다.

 

주민들이 국가유산청과 정부 실무자들을 상대로 16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20년 가까이 이어진 종묘 앞 개발 갈등은 사상 초유의 국가 배상 책임 공방으로 비화됐다.

 

■ "보호구역 밖인데 왜?"...선 넘은 행정 vs 세계유산 보호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의 주장은 명확하다. 사업 부지가 종묘 국가문화재보호구역으로부터 약 170m 떨어져 있어, 법적인 규제 범위인 ‘완충구역’ 밖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국가유산청이 법적 근거 없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강요하며 인허가를 횡포 수준으로 늦췄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키기 위해 경관 영향평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녹지생태도심 전략을 반영해 건물 높이를 71.9m에서 141.9m로 대폭 상향 고시하자, “유네스코 등재 취소까지 우려되는 중대한 위협”이라며 맞서고 있다.

 

■ ‘녹지생태도심’ 전략의 딜레마...“높여야 숲이 생긴다”

 

이번 소송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과도 깊이 연계되어 있다. 서울시는 고밀도 개발을 허용하는 대신 부지의 절반을 시민에게 녹지로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세운4구역은 이 전략의 핵심인 ‘남북 녹지축’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의 높이 규제가 계속될 경우, 용적률 확보가 어려워져 녹지 기부채납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서울시는 “오히려 낡은 건물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종묘의 경관을 돋보이게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산청은 “고층 빌딩 숲 자체가 위압감을 준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20년 표류의 대가...누적 채무만 7250억원

 

주민들이 ‘개인 공무원’까지 피고로 지목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참혹한 경제적 현실이 있다. 2006년 개발 추진 이후 20년째 착공도 못한 채 쌓인 누적 채무는 무려 7250억 원에 달한다. 2009년 이주를 마친 토지 소유자들은 월세 수입도 없이 대출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다.

 

주민들은 2023년 3월 이후 발생한 금융 비용만 600억원이 넘는다며, 국가의 ‘뒷북 행정’과 ‘중복 규제’가 서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세운4구역 vs 국가유산청: 쟁점 비교>

구분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재산권) 국가유산청 (공익·보존)
핵심 주장 "법적 보호구역 밖인데 심의 강요는 횡포" "세계유산 종묘의 경관 보존은 국가적 의무"
높이 제안 141.9m (서울시 녹지생태도심 전략 반영) 71.9m 이하 (기존 경관 가이드라인 고수)
거리 근거 종묘 정전에서 600m, 보호구역서 170m 이격 거리와 상관없이 고층 빌딩은 시각적 위압감
피해 호소 누적 채무 7250억, 월 수입 없이 대출 연명 등재 취소 시 국가적 문화 자산 가치 하락

 

 

■ ‘장릉 왕릉 아파트’ 판결이 가늠자 될까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과거 김포 장릉 인근 ‘검단 왕릉 아파트’ 사례와 유사하게 흘러갈지 주목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문화재청의 공사 중단 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건설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세운4구역 소송 역시 ‘경관 보호’라는 공익이 ‘재산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얼마나 압도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법원이 국가유산청의 권한 남용을 인정할 경우, 공직 사회 전체에 ‘인허가 책임론’이라는 거센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세운4구역 소송과 김포 검단신도시 아파트 논란 비교>

비교 항목 김포 장릉 (왕릉 아파트) 세운4구역 (종묘 소송)
핵심 쟁점 왕릉 앞 경관(안산) 가림 논란 종묘 앞 고층 빌딩 경관 훼손 논란
규제 기관 문화재청 (現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법적 근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허가 미비 세계유산 영향평가 및 경관 가이드라인
거리적 요인 왕릉에서 약 450m 거리 종묘 정전에서 약 600m 거리
주요 쟁점 "허가 받았는데 왜 이제 와서?" "보호구역 밖인데 왜 심의 강요하나?"
결과/진행 대법원, 건설사 손 들어줌 (철거 면함) 사상 초유의 160억 대 손배소 진행 중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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