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혀도 현금은 돈다"…강남3구, 집값 不敗 재현

  • 등록 2025.11.11 10: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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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 이후에도 래미안대치·잠실엘스 新고가
공급 부족 속 강남 자산가 ‘버티기 장세’ 지속

 

 

경제타임스 이준오 기자 |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고가주택 대출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강남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 회수에 나서면서 매물은 줄어들고 있지만, 호가는 오르는 분위기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면서 호가를 올리며 시장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특히 금리나 대출 규제 등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재건축과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114.14㎡)가 6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지난 30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와 이달 4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59㎡)는 각각 36억9,000만원, 3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강남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금 부자들이 많다 보니 정부의 규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정부의 규제 대책 발표 이후 거래량이 주춤하고 있지만, 매수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이전에 규제를 받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또 강남 등 상급지에서 신축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면서 희소성이 부각됐고,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나온다는 분석이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0월 서울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3억4,409만원으로 집계됐다.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5월 3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5개월 만에 3억원 이상 올랐다.

하위 20%인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9,536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5억원을 넘기도 했던 저가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2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24년 1월 4억9,913만원을 기록하며 5억원 아래로 떨어진 뒤 22개월째 4억원 대에 머물고 있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되면서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상위 20%를 하위 20%로 나눈 값)은 6.8을 기록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저가 아파트 7채를 팔아야 고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을 규제하면서 오히려 대출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보다 현금부자들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됐고, 대출 규제와 상관없는 현금 부자들의 고가 주택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 규제에도 강남 등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하는 것은 대기 수요자들의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서울은 신규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가들의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이어지면서 초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오 기자 juno@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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