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본업 대신 배당으로 슬쩍 '포장'…삼성물산의 꼼수 실적

  • 등록 2025.04.30 16: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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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전이익 1.2조의 함정… 건설·패션·리조트 줄줄이 실적 악화
영업익 전년비 20% 급락…‘안정적 흐름’ 자평은 눈속임?

 

삼성물산의 심장부인 건설 부문이 1년 사이 매출 3조62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1,780억원이나 급감했다. 사측은 하이테크 물량 감소와 프로젝트 준공에 따른 자연스러운 감소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등 그룹사 물량에 의존해온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결과다.

 

신규 먹거리 창출 없이 기존 대형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자마자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구조는 '글로벌 건설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취약성을 보여준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소폭 상승했다는 이유로 '회복세'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이다.

 

■ 세전이익 역대 최대의 함정…영업이익 감소 가린 ‘배당 착시’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세전이익 1조 2,040억원이라는 '분기 역대 최대치'다. 그러나 이 수치는 삼성물산이 사업을 잘해서 벌어들인 돈이 아니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 수익 등 비영업 부문이 더해진 결과다.

 

실제 기업의 영업 능력을 보여주는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배당이라는 외부 요인을 끌어와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로 실적 부진을 가리려 한 '통계적 분칠'에 가깝다. 본업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지분 수익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모습은 '지주사'로서의 체면은 세울지언정, 각 사업 부문의 성장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 리조트 ‘적자 전환’과 패션 ‘소비 절벽’… 서민 경제 직격탄


더욱 심각한 곳은 리조트와 패션 부문이다. 리조트 부문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1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상 기후와 식자재 비용 상승이라는 통제 불능의 변수에 무너진 셈이다. 210억원의 이익을 냈던 전년 동기 대비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패션 부문 역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이는 삼성물산의 사업 구조가 외부 경기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건설 부문이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리조트와 패션이 오히려 실적을 갉아먹는 '역(逆) 포트폴리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상사 부문의 ‘내실 없는 외형’…트레이딩 확대의 딜레마

상사 부문은 철강 트레이딩 확대로 매출을 5,300억원 늘렸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630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시황 약세 속에서 몸집만 불리고 마진은 챙기지 못하는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트레이딩 품목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이익률 방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이번 실적의 키워드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을 내세웠다. 그러나 1분기 성적표는 다변화된 포트폴리오가 서로의 리스크를 분산하기는커녕, 전 부문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업이익 감소를 비영업 이익으로 메우는 식의 실적 관리는 투자자들에게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삼성물산은 하이테크 물량에 의존하는 건설 부문의 체질을 개선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리조트와 패션 부문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김석규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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