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해도 또 멈춰" 현대車 'ICCU공포'에 떠는 車主들

  • 등록 2026.02.27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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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독일서 재발 속출…"2만~4만km 구간 고장 집중" 설계결함 의혹
반복 결함에도 환불 불가?…레몬법 '2만km 한계'에 소비자들만 속탄다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야심 차게 내놓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기반 모델들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핵심 부품인 '통합 충전 제어 장치(ICCU)' 결함 논란이 리콜 실시 이후에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전기차의 에너지 관제탑 'ICCU', 무엇이 문제인가

 

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는 전기차 내 전력 흐름을 총괄하는 관제탑이다. 고전압 배터리와 저전압(12V) 보조배터리 사이의 전력 변환을 제어하고, 외부로 전력을 빼 쓰는 V2L 기능을 관리한다.

 

문제는 이 장치 내 DC-DC 컨버터(Direct Current to Direct Current Converter) 부위에서 발생한다. 주행 중 혹은 충전 시 발생하는 과전압과 열부하가 내부 트랜지스터를 손상시키고, 12V 배터리 충전을 중단시킨다. 이 경우 차량 계기판에는 '출력 제한' 경고등이 뜨며, 약 45분 뒤에는 차량이 도로 위에서 완전히 멈춰 서게 된다. 고속도로 주행 중이라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 20만 대 리콜에도 '재발' 주장 속출…소비자 신뢰 흔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만 아이오닉 5·6,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 약 20만 대를 대상으로 두 차례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다. 현대차 측은 전체의 약 1% 수준에서 실제 고장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했으나,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리콜 수리를 받은 뒤에도 동일한 증상으로 차가 멈췄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누적 판매량이 많은 아이오닉 5 차주들의 불만이 거세다. 독일의 전기차 커뮤니티 '고잉일렉트릭'의 조사 결과도 눈에 띈다. 이들에 따르면 고장은 신차 상태보다 주행거리 2만~4만km 구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부품의 내구성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임시방편'? 개선품 생산 압박

 

현대차는 현재 진단 코드(DTC, Diagnostic Trouble Code)가 뜨지 않은 차량에 대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코드가 뜬 차량은 부품 교체를 진행 중이다. 업데이트의 핵심은 전력 공급 시 부드럽게 전압을 올리는 '소프트 스타트' 로직을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수정만으로는 물리적인 열부하와 설계를 완전히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부 해외 차주들은 리콜이 반복되자 환불을 요구하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설계 근본 수정을 거친 '개선품 생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이유다.

 

■ 한국형 '레몬법'의 역설…2만km 넘으면 보상 막막

 

국내 상황은 더욱 답답하다. 미국에선 안전 결함이 두 차례 반복되면 환불 규정이 작동하지만, 한국형 레몬법(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2)은 적용 요건이 까다롭다.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 주행거리 2만km 이하인 경우에만 중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레몬법’이라 불리는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2는 신차 구매 후 반복적인 결함이 발생했을 때 제작사가 해당 차량을 교환하거나 환불해 주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겉모양은 멀쩡하지만 속은 시큼한 레몬처럼 결함이 있는 차를 인도받은 소비자를 구제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9년 도입됐다.

 

이 제도의 핵심은 '반복성'과 '기간'이다. 인도된 지 1년 이내(주행거리 2만km 이내)인 신차에서 △원동기·동력전달장치 등 주요 부위는 2회, △일반 부위는 3회 이상 수리하고도 결함이 재발할 경우,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교환이나 환불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또한 1회 수리 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한 경우에도 적용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강제 수사권이 없는 심의위원회의 특성상 결함 입증 책임이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쏠려 있는 데다, 최근 불거진 ICCU 사태처럼 고장이 주로 2만km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법적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전기차 차주들이 "신차 가액을 지불하고도 결함 위험을 안고 타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이로 인해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전기차 등 고도화된 전장 차량 특성에 맞춰 주행거리 제한 등 독소 조항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독일 커뮤니티의 조사 결과처럼 ICCU 결함이 주로 2만km 이후에 발생한다면, 대다수의 국내 소비자들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김종훈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위원은 "주행 중 멈춤은 2차 사고 위험이 크다"며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결함 신고와 함께 제작사의 책임 있는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이번 ICCU 결함 이슈를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향후 글로벌 전기차 패권 싸움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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