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계약 해지' LG엔솔…외형 확장보다 '내실 경영'

  • 등록 2025.12.27 18: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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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설비 없어 투자 손실 제로, 수주 거품 걷어내고 내실 다지는 수익성 중심 경영
포드 이어 FBPS까지 계약 조정 완료, 표준화 제품 앞세워 ESS 등 대체 수요처 공략

 

 

경제타임스 온인주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s(FBPS)와 체결했던 약 4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고객사의 배터리 사업 철수에 따른 결정으로, 회사 측은 전용 설비나 맞춤형 투자가 없어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26일 공시를 통해 FBPS와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상호 합의로 해지했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금액은 공시일 환율 기준 3조9217억원으로, 지난해 4월 체결한 전체 계약액(27억9500만 달러) 중 이미 이행된 물량을 제외한 잔여분이다. 최종 금액은 향후 실사와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FBPS는 독일 프리덴버그(Freudenberg) 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회사로, 2018년 북미 배터리 팩·BMS 전문 기업 엑설트에너지(Xalt Energy)를 인수해 출범했다.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서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며 전기버스·전기트럭용 배터리 팩 공급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배터리 사업 철수 검토에 들어가면서 이번 계약 해지로 이어졌다.

 

■ “전용 설비 없어 손실 제한적”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 해지가 "수주 잔고 감소 외 재무적인 타격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표준화된 배터리 제품 계약으로 전용 설비나 맞춤형 연구개발(R&D) 투자가 없었다”며 “추가 비용이나 투자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한 고객사를 정리하고,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잇단 계약 조정…업계 전반 ‘체질 개선’ 국면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업계 전반에서는 합작 철회와 계약 조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도 해지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악재로 보기보다,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ESS 등 대안 시장이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표준화 제품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온인주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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