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화마에 삼켜진 피해자의 유가족은 모가실내체육관 나무장판에 주저앉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이들은 쉰 목소리로 “아빠 보고싶어”라는 말을 되뇌며 가족의 품에 안겨 울었다. 다른 유족들도 바닥에 쪼그려 앉아 우느라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 29일 이천 모가면의 물류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38명이 사망하는 등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다. 이번 참사는 지난 2018년 39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이후 최대규모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9일 오후 1시 32분께부터 화재진압을 시작해 오후 6시 42분께에 불을 모두 껐다. 그 후에도 밤부터 포크레인을 동원해 내부 자재를 들춰내며 밤샘수색을 벌였다. 또한 사상자를 포함한 전일 출근자 78명의 소재도 확인했다.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을 때에도 일부 유가족은 모가실내체육관에 남아 유전자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남은 유가족 중 일부는 구석에 모여 “유전자 검사가 끝나야 그 다음에 뭐든 하지”라며 흐느꼈다.
체육관에 남은 유가족들은 오후 6시께에 저녁식사를 배급받았다. 대부분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대화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식사했으며, 일부는 밥을 한 술도 뜨지 못한 채 수저를 내려놓기도 했다.
분향소는 30일 오후 4시께에 이천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설치됐다. 강당에 설치된 3단 규모의 분향제단엔 희생자 38인의 영정과 위패가 들어갈 공간이 마련됐다. 일부 유가족은 분향소가 설치되기도 전에 방문해 고인의 영정을 보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분향소 설치 이후에도 유족들이 모여 침통한 모습을 보이다 이내 하나둘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날 화재현장 인근에선 일부 시민단체가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경영자가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고 형량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은) 안전 법률도 제대로 못 만들고 무얼 하나. 안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시공사 ‘건우’의 이상섭 대표이사가 피해가족 휴게실에 직접 방문해 유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대책이나 사고 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없는 점을 지적하며 격분했다. 이 대표는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체육관 옆문으로 빠져나가다 실신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공사현장에 상주 감시원을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30일 김대순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에게 “일정 규모나 일정 시기에 상주 감시원을 파견해 공사현장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일자리사업으로 연계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