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 연결식이 20일 열린 가운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가 부실해 관계 당국의 실태 점검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장 지도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안전 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천에서 보건관리자로 일하는 김민아(45.가명) 씨는 이천 화재 참사는 어디선가 또 일어날 것이라며 걱정을 토로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지지만 피해 규모가 작다 보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천 화재 참사가 괜히 난 게 아니"라며 "산업현장에 지도 감독을 하러 가면 손사래부터 치니 수박 겉핥기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현재 인천 남동·부평 등지의 산업단지를 돌며 근로자들의 건강과 위생 상태 등을 살펴보고 현장 지도 점검을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자 고용 의무가 없어 정부가 김씨와 같은 보건관리자를 현장에 보내 근로자의 위생과 건강, 안전까지 관리한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방문 지도에 애를 먹고 있다.
당장 보건관리자가 산업현장에 방문하려면 미리 통보하고 가야 하지만 이들을 반기는 사업주는 거의 없다.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하면 손사래부터 친다. 감염증 우려 때문에 낯선 사람을 내부로 들이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혹시 문제 소지가 있는 현장이 공개되는 걸 꺼리는 이유도 있다. 보건관리자가 현장을 점검하고 지도·감독을 해야 하지만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만도 시간이 걸린다.
김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공장이나 근로현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다”면서 “들어가지 못하니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관리자 한 명이 관리해야 할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씨는 인천지역 200여 곳이 넘는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다. 재방문까지 더하면 보건관리자 한 명이 방문해야 하는 횟수는 400여 차례로 늘어난다.
점검해야 할 사업장은 많고 사업주는 제대로 협조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보건관리자는 현장 점검에서 꼼수를 동원한다.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제대로 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김씨는 “방문해야 할 곳은 많고 점검은 어려우니 꼼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이천 화재 참사도 결국 현장 관리자가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고 안전조치 내렸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에 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천 화재참사 원인은 안전조치 없이 산소 용접 작업이 이루어졌고 용접에서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소재인 벽면 우레탄 폼에 튀어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수사본부는 잠정 결론내렸다. 우레탄 발포와 용접이 동시에 이뤄지는 안전수칙 위반 사항을 현장에서 제대로 점검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