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김석규 기자] ‘금융권 취업 제한’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결국 은행장은 ‘DLF 사태’의 책임에서 빗겨났다. 25일 연임에 성공한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의 이야기다.
이번 선례로 손 회장과 같은 ‘문책 경고’를 받은 ‘하나금융’의 함영주 부회장 역시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더 가까워졌다.
‘DLF사태’에 대한 책임을 들어 ‘해임’을 주장했던 DLF 가입자 등의 거센 반발은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중징계’에도 불구 연임 성공
‘우리금융’은 오늘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손태승 회장의 연임안이 최종 의결됐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23년 3월이다.
특히, 이날 손태승 회장은 “주총에서 주주들이 연임을 지지해주신 것으로 형식은 충분하다”며 별도의 취임 관련 행사는 일체 생략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손 회장은 남대문시장지점 방문과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긴급회의로 취임행사를 대신하며 조용히 임기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발생한 ‘DLF사태’ 이후 연일 연임 반대 논란에 시달 만큼, 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발표 이후 중징계 처분을 내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무효를 이유로 서울고등법원에 항고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역시 즉각 반발에 나섰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손 회장의 연임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인용은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할 계획임을 알렸다.
양 시민단체는 “손태승 회장은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 DLF사태 등 대형금융피해 사건을 야기하고, 수많은 개인 금융소비자 피해를 준 장본인”이라며 “금융당국이 손태승 회장에게 3년간 금융권 임원 자격이 금지되는 ‘문책경고’ 징계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지주가 손태승 회장 재선임을 강행하고 가결한 것에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매우 큰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인사의 특정 자격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이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꼽히는 함영주 부회장 역시 같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집행정지 인용으로 극적 연임 성공… 하나금융 함 부회장도 선례 따를까?
손태승 회장의 ‘재선임’은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의 고된 여정이었다. 당초 지주 체제 전환 조기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찌감치 재선임이 유력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DLF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되고, 처벌 수위 발표 이후에도 이사회로부터 ‘연임’을 지지받았다. 우리금융 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지부 역시 지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내린 ‘중징계’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정례회의 이후인 지난 5일 통보하자 연임 가능성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금융사 임원 제재 5단계는 ▲해임권고 ▲직무 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로,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되어 ‘금융권 취업시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주주총회 테이블에서 연임 여부를 결정지으려면 주총이 열리는 25일 전까지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어야 하기에 이때부터 손 회장의 급박한 행보는 시작됐다. 9일 서울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한 것이다. 이후 20일 ‘문책경고’ 처분의 집행정지신청 인용 결정을 받으면서 연임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된 손 회장은 가능성을 곧 현실로 만들며 제2대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됐다.
그 사이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가 손태승 회장이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기각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반면 같은날 당시 하나은행장 자격으로 ‘문책경고’를 받은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다.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고, 행정소송 제소 기간이 90일 이내인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함 부회장 역시 제소 기간 내에 소송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해자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은행에서 판매하고 개인에게 90% 가량이 판매됐지만 손실률이 –9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지난해부터 큰 이슈가 됐던 일명 ‘DLF 사태’를 발생시킨 주 판매사다. 지난해 8월 7일 기준 판매잔액 총 8,224억원(DLS 포함) 중 우리은행 48.8%, 하나은행 47.1% 등 양 은행 비중은 90%가 넘는다.
그런데 ‘불완전판매’로 그동안 분쟁조정 사례 중 최고인 80%라는 배상비율이 정해지고, 은행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제도 개편까지 부른 사태에 대한 책임은 ‘기관’에 그치는 모양새다.
국민연금과 시민단체의 반대도, 심지어 금융당국에 제재도 해당 은행을 이끈 수장의 연임을 막지는 못한 것이다.
당초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등은 손태승 회장, 함영주 부회장 등 경영진에 대해 해임을 요구해왔다.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금감원이 함영주 부회장과 손태승 회장에게 사전 통지한 제재는 문책성 경고인데, 이는 고객의 피해규모와 공식력의 훼손을 고려했을 때 낮은 징계에 해당한다”며 “DLF사태로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크게 훼손하고, 가입자에게 중대한 재산 손실을 초래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에 대해 해임권고 제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18조 제1항에 따라 ▲고의로 중대한 위법·부당행위를 함으로서 금융질서를 크게 문란시키거나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크게 훼손한 경우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저해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의 경영을 심히 위태롭게 하거나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 등에게 중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해 해임권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역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통해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반대’ 결정을 냈지만 연임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결론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두고, 책임자는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아직 함영주 부회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손 회장이 연임 성공에 따라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자리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반면 피해자의 피해는 명확하다. 난청과 치매를 앓는 79세의 피해자 100% 보상을 받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 피해자는 고령의 질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분조위로부터 투자자 자기책임 비율 20%를 적용받았다.
한편, 해당 79세의 피해자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민사소송을 통해 은행의 책임을 밝히기 어려운 상태라며, 분쟁조정결정을 수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