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대법원이 지난 14일 전공의 시절 응급실 내원 환자의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에 대해 "필수·응급의료 몰락을 초래하는 과도한 사법판결은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15일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의 270여 배, 영국의 900여 배에 이르는 기소율과 이에 따른 높은 유죄 판결률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의료사고 형사처벌화 경향’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진료과목의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대법원의 필수의료 사망선고와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판결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전문가로서 역할 수행을 위해 수련 및 임상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1년 차 전공의 시절에 환경이 열악한 응급실에서 이루어진 진단 오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는 의사에 대한 책임 범위의 무한한 확장은 결국 위험진료과목과 위험환자 기피 및 철저한 방어진료로 귀결되어 우리나라 의료 전체의 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고, 이러한 의료붕괴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의사의 의료과오에 대한 엄격한 판단으로만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부당한 결과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응급의료인의 응급의료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조속한 통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책 법안의 조속한 입법 ▲사법부 차원의 의료사고 형사처벌화 경향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는 회원들이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료할 수 있도록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