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르포]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이천 화재 유족들의 탄식
  • 이성헌 기자
  • 등록 2020-05-01 08:26:03

기사수정
  •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38명 사망··· 유족들, 주저앉아 오열


이천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의 유족들이  30일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사진=김상림 기자) “어떡해,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화마에 삼켜진 피해자의 유가족은 모가실내체육관 나무장판에 주저앉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이들은 쉰 목소리로 “아빠 보고싶어”라는 말을 되뇌며 가족의 품에 안겨 울었다. 다른 유족들도 바닥에 쪼그려 앉아 우느라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 29일 이천 모가면의 물류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38명이 사망하는 등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다. 이번 참사는 지난 2018년 39명이 숨지고 147명이 다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이후 최대규모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9일 오후 1시 32분께부터 화재진압을 시작해 오후 6시 42분께에 불을 모두 껐다. 그 후에도 밤부터 포크레인을 동원해 내부 자재를 들춰내며 밤샘수색을 벌였다. 또한 사상자를 포함한 전일 출근자 78명의 소재도 확인했다.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을 때에도 일부 유가족은 모가실내체육관에 남아 유전자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남은 유가족 중 일부는 구석에 모여 “유전자 검사가 끝나야 그 다음에 뭐든 하지”라며 흐느꼈다.


30일 오전 전날 이천 모가면의 물류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건물이 전소한 모습. (사진=김상림 기자) 체육관에 남은 유가족들은 오후 6시께에 저녁식사를 배급받았다. 대부분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대화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식사했으며, 일부는 밥을 한 술도 뜨지 못한 채 수저를 내려놓기도 했다.

 

분향소는 30일 오후 4시께에 이천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설치됐다. 강당에 설치된 3단 규모의 분향제단엔 희생자 38인의 영정과 위패가 들어갈 공간이 마련됐다. 일부 유가족은 분향소가 설치되기도 전에 방문해 고인의 영정을 보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분향소 설치 이후에도 유족들이 모여 침통한 모습을 보이다 이내 하나둘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날 화재현장 인근에선 일부 시민단체가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경영자가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고 형량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은) 안전 법률도 제대로 못 만들고 무얼 하나. 안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시공사 ‘건우’의 이상섭 대표이사가 피해가족 휴게실에 직접 방문해 유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대책이나 사고 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없는 점을 지적하며 격분했다. 이 대표는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체육관 옆문으로 빠져나가다 실신했다.

 

한편, 경기도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공사현장에 상주 감시원을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30일 김대순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에게 “일정 규모나 일정 시기에 상주 감시원을 파견해 공사현장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일자리사업으로 연계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유니세프
하단배너_06 코리아넷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수원시,배달라이더에게 이륜차 무상 안전점검 서비스 제공 수원시는 28일 경기아트센터 주차장에서 배달라이더를 대상으로 이륜차 무상 안전점검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원시가 이륜차 무상 안전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원시 노동정책과, 경기이동노동자 수윈쉼터가 주관하고 쿠팡이츠 서비스(주), 사단법인 한국오토바이정비협회가 주최한 이날 안전점검에서는 이륜차 100여 대를 점검
  2. 나주시, 2024년도 하반기 지역공동체 일자리 참여자 모집 전라남도 나주시는 근로 의사가 있는 취업 취약계층의 소득 창출을 위한 ‘2024년 하반기 지역 공동체 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유아숲체험 보조원 모집 기간은 오는 6월 3일까지로 기한 내 신분증 및 관련 서류를 지참, 주민등록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로 방문·신청하면 된다.  서
  3. 충남교육청,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대비 교원 연수 실시 충남교육청은 5월 25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대비 교원 연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25일 아산 선문대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도입 대비 교원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수업 설계 방안을 공유하여 강사교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연
  4. 새로운 탄소흡수원 ‘이끼’ 연구 충남이 선도한다 충남도가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끼’에 대한 연구 및 관련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다. 이끼클러스터 조성 기본구상 세미나 도는 28일 충남연구원에서 충남연구원, 국립생태원, 경기연구원, 건국대, 호서대, 공주대, 한국이끼산업경제협회, 이끼산업 추진 기업 관계자 등 20명이 참석한 가운
  5. 환경교육도시 광명시, 시민과 함께 환경교육 한마당 연다 환경교육도시 광명시가 시민과 함께 환경 교육을 주제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환경교육도시 광명시, 시민과 함께 환경교육 한마당 연다시는 6월 1일부터 7일까지 ‘좋다! 배우고 즐기고 나눌 수 있어서’를 주제로 제3회 환경교육주간행사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환경교육주간은 매년 6월 5일 환경의날을 포함한 일주
  6. 대전교육청,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 운영 내실화 앞장 대전광역시교육청은 5월 31일 IBS(기초과학문화센터)에서 동‧서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제로센터 전담조사관 48명을 대상으로 2024학년도 상반기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역량 강화 연수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대전교육청,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 운영 내실화 앞장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는 교원이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
  7.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운영 충남도는 31일 도청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24시간 개별 1:1 지원사업’ 서비스 제공기관 공모로 선정한 법인 2곳과 협약을 체결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제공기관 협약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자해나 타해 등 도전적 행동을 수반하는 장애 정도가 극심한 발달장애인으로, 기존 복지서비스를 이용하...
TOP TODAY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