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場은 탈출지능순?" 가계 국내주식 투매 '역대최대'

  • 등록 2026.01.09 08: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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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12조 던지고 해외·ETF로 이동, 펀드 유입도 역대 최고
한국은행, '자금순환' 발표 "금융자산 6000조"...투자지형 격변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대한민국 가계 '국내 주식시장(國場)'을 떠나고 있다. 단순히 비중을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로 국내 주식을 처분한 뒤 그 자금을 해외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로 고스란히 옮겼다. 이른바 '국주 탈출, 외주 승선' 현상이 한국은행의 명확한 수치로 확인된다.

 

■ '국내 주식' 사상 최대 투매…12조원 던진 개미들

 

1월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거주자 발행 주식(국내 주식) 운용액은 마이너스(-) 1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마이너스는 산 금액보다 판 금액이 훨씬 많다는 '순처분'을 의미한다. 이는 전 분기(+6조3000억원)의 순취득 기조에서 한 분기 만에 완전히 돌아선 것이자, 자금순환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과 지지부진한 수익률, 상장 기업들의 거버넌스 문제 등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갈 곳 잃은 돈, '해외 주식·투자펀드'로 역대급 유입

 

국내 주식을 팔아치운 자금의 행방은 명확했다. 바로 '간접 투자'와 '해외 시장'이다. 같은 기간 가계의 투자펀드 지분운용 규모는 23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 수치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 확대폭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비거주자 발행 주식(해외 주식 직접 투자) 또한 5조8000억원 늘어나 전 분기(2조80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했다. 가계가 국내 대형주를 직접 보유하기보다는, 미국 기술주 중심의 해외 주식이나 나스닥100·S&P500 등 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연계 ETF로 포트폴리오를 급격히 재편한 것이다. 이는 국내 시장보다 높은 성장성과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 이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가계 금융자산 6000조 육박…부채 배율 '사상 최고'

 

글로벌 주식 시장의 활황과 투자 자산 가치 상승에 힘입어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 규모는 5980조4000억 원에 달하며 '금융자산 60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183조 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주목할 지표는 '금융자산/부채 배율'이다. 가계가 보유한 부채 대비 자산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3분기 말 2.47배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빚이 늘어난 속도보다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 자산이 불어난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뜻이다. 김용현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자금순환팀장은 "작년 4분기에도 코스피와 글로벌 증시가 양호했기 때문에 가계 부문의 자산 우위 추세는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가계부채 비율 '5년 만에 최저'…6·27 대책의 약진

 

증시 투자 열풍과 대조적으로 가계의 빚 부담 지표는 오히려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3%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88.3%)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분기 8분기 만에 반등하며 우려를 낳았던 부채 비율이 한 분기 만에 다시 하락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김 팀장은 "정부의 6·27 대책과 가계부채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 기업은 '자금 조달' 확대, 정부는 '재정 흑자' 전환

 

실물 경제의 주축인 비금융 법인기업은 사업 확장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금 조달 규모를 크게 늘렸다. 3분기 순자금조달 규모는 19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3조5000억원) 대비 16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채권 발행 등 직접 금융을 통한 조달은 다소 축소되었으나, 금융기관 차입금(대출)과 상거래신용 부채가 증가로 전환되며 전체 조달 규모를 키웠다.

 

일반 정부 부문은 정부 수입이 지출 규모를 상회하며 순운용(흑자)으로 돌아섰다. 3분기 기준 5조9000억원 순운용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2조7000억원 순조달)와 비교해 재정 상태가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국채 발행 증가폭이 축소된 점이 자금 조달 규모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외부문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순자금조달 규모가 46조3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약 5조원 늘어났다. 이는 한국 경제가 대외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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