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올해 1월1일, '일·육아 양립'의 야심 찬 해결사로 등장한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시행 첫날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춰 등원 전쟁을 돕고, 임금 삭감분과 기업 부담을 정부가 보전한다는 취지지만, 실제 예산과 세부 지침은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양육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회사도 대상이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전국에 단 1700명뿐이라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수백만 육아 근로자 중 '단 850명'만 풀 혜택?
고용노동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총 31억원이다. 정부가 추계한 수혜 인원은 1700명인데, 이는 1인당 연간 최대 지원액인 360만원(월 30만원)을 모두 지급한다는 가정이 아니다.
실제로 1인당 1년(12개월) 내내 360만원을 지급한다고 계산하면, 수혜 인원은 850명으로 반토막 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2세 미만 자녀를 둔 기혼 여성 근로자만 약 190만명, 남성까지 포함하면 수백만 명에 달하는 육아기 근로자 규모를 고려할 때 '로또' 수준의 확률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업이 예산이 소진되면 연중에라도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예산 소진 시 조기 종료하거나 내년 예산으로 넘겨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결국 신청 순서에 따라 혜택 여부가 갈리는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육아기 관련 유사 제도의 연령 비교>
| 구분 | 대상 자녀 연령 | 비고 |
| 육아 휴직 |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 2학년 이하 | 가장 좁은 범위 |
|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 만 12세 이하 또는 초등 6학년 이하 | 이번 10시 출근제 기준 |
| 가족돌봄휴가 | 연령 제한 없음 (질병, 사고 등 사유 시) | 돌봄의 필요성 중심 |
■ "지침이 없어서 못 해줍니다"…현장은 깜깜이 행정에 '혼선'
예산 부족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행정의 부실함이다. 제도는 시행됐는데,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참고할 '세부 시행 지침'이 아직 배포되지 않았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A 씨는 "근로자들이 10시 출근제를 쓰겠다고 문의해오지만, 고용노동부조차 구체적인 공문이 내려온 게 없다고 답한다"며 "사업주 동의가 필수인데 기준이 모호하니 일단 반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부모가 교대로 사용 가능한지, 기존 육아기 단축근무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을 긋는지 등 실무적인 답변은 "준비 중"이라는 답변에 막혀 있다.
■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과 접근성"
류성민 경실련 노동개혁위원장(경기대 교수)은 "노동 환경의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이나, ,700명이라는 규모는 정부가 의도한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제도를 도입했다는 선언에 그치지 말고, 근로자의 확실한 권리로 정착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와 상세 매뉴얼 배포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