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HEV 승부수' 통했다…팰리세이드 20만대 돌파

  • 등록 2025.12.29 1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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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뚫고 역대 최다 판매, 미국 누적 60만대 육박
EV 특화 기술 입힌 하이브리드, 9인승 공간으로 시장 압도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전기차 수요 정체기인 '캐즘(Chasm)'이 자동차 업계를 뒤덮으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깊은 시름에 빠진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SUV(Sport Utility Vehicle·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팰리세이드는 오히려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유연한 전동화 전략'이 시장의 요구와 완벽히 맞물리며, 팰리세이드는 사상 첫 연간 글로벌 판매 20만 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유연한 전동화 전략'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엔진(내연기관)과 전기차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HEV·Hybrid Electric Vehicle)'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전기차(EV)와 수소차(FCEV) 등 다양한 선택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투트랙(Two-track)' 그 이상의 다변화 대응체계를 의미한다.

 

정의선 회장의 전략은 특정 연료 타입에 올인하기보다 시장 수요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유연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구간에 진입하자 하이브리드 비중을 대폭 확대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동시에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지속하는 식의 완급 조절을 단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HEV)를 전동화 전환의 핵심 축으로 격상 "전기차 완전 전환 이전의 '공백기'를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소형·중형 위주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대형 SUV와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까지 확장하며, 소비자가 어떤 차급을 선택하더라도 전동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당장의 판매량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전기차 퍼스트 무버'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 내재화와 충전 인프라 구축 등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이 회복될 때 즉각 치고 나갈 수 있는 '기술적 대비'를 늦추지 않는 것이 유연한 전동화의 또 다른 축이다.

 

환경 규제가 강한 유럽과 북미에는 주력 전기차 모델을 배치하는 한편, 신흥 시장과 대형차 선호 시장에는 고효율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등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가동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행보는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Mobility Solution Provider)'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 하이브리드가 견인한 '역대급' 흥행 기록

 

12월28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19만2285대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기록인 지난해의 16만6622대를 이미 한 달여 앞두고 훌쩍 넘어선 수치다. 현재의 판매 추세를 고려하면 연말 합산 시 무난하게 20만 대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일등 공신은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전기차의 주행 거리 불안감과 충전 인프라 부족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강력한 성능과 높은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대형 하이브리드 SUV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순수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로의 급격한 전환 대신, 하이브리드를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유연한 파워트레인 믹스 전략을 통해 시장의 갈증을 해소했다.

 

■ SUV의 진화: 투박한 군용차에서 세련된 ‘CUV’로

 

팰리세이드가 속한 SUV 시장은 과거 군용차나 오프로드용으로 개발된 '바디 온 프레임(Body-on-Frame)' 방식에서 시작됐다. 강철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는 이 방식은 내구성이 뛰어나지만 무겁고 승차감이 딱딱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SUV 트렌드는 팰리세이드와 같이 승용차처럼 차체와 프레임이 하나로 구성된 '모노코크(Monocoque)' 구조의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타입이 대세를 이룬다. 팰리세이드는 대형 SUV의 웅장한 체격에 모노코크 구조 특유의 안락한 승차감을 결합해, 과거 투박한 짐차 이미지였던 SUV를 완벽한 '패밀리 카'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CUV는 SUV의 외형과 실용성을 갖추되, 모노코크 플랫폼을 사용해 승용차의 승차감을 구현한 '크로스오버' 차량을 뜻한다. 팰리세이드가 바로 이 방식을 통해 대형 SUV임에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확보했다.

 

'모노코크(Monocoque)' 구조의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타입은 별도의 프레임 없이 외피(차체) 자체가 골격을 겸하는 방식이다. 비행기 동체 구조에서 유래했으며, 현대적인 SUV와 CUV의 표준이다. 프레임이 없어 무게가 가볍고 연비 효율이 우수하다. 무게 중심이 낮아 세단에 가까운 날카로운 핸들링과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한 충돌 시 차체 곳곳이 구겨지며 에너지를 흡수해 승객 안전성 확보에 유리하다.

 

■ 6년 만의 완전변경, 기술력으로 무장한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팰리세이드는 2018년 첫 출시 이후 세련된 디자인과 압도적인 공간 활용성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2022년 잠시 주춤했으나, 부분 변경 모델 투입으로 다시금 판매선을 회복했다. 그리고 올해, 6년 만에 선보인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상품성 면에서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특히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대형 SUV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연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3열 공간을 대폭 개선한 7인승 및 9인승 구성을 통해 다자녀 가구 및 레저 인구의 니즈를 정밀 타격했다. 또한 구동 모터를 활용한 'E-라이드'와 'E-핸들링' 기술을 적용해 대형 SUV 특유의 흔들림을 제어하고 승차감을 극대화했다. 전기차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외부 전력 공급 시스템(V2L)과 캠핑 시 유용한 '스테이 모드'를 하이브리드 모델 최초로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실제로 올해 11월까지 국내 팰리세이드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은 61% 이상을 차지하며 '대세'임을 입증했다.

 

 

 

■ 미국 시장이 선택한 'K-SUV'의 자부심

 

팰리세이드의 성공은 글로벌 무대,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2019년 미국 출시 이후 올해 11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59만2425대에 달한다. 이는 팰리세이드 전체 해외 누적 판매량의 약 80%에 육박하는 수치다.

 

북미 소비자들은 팰리세이드의 합리적인 가격대와 프리미엄급 편의 사양,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하이브리드 엔진의 경제성에 열광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내 대형 SUV 점유율을 견고히 하며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정의선식 유연함'…하이브리드 18종으로 영토 확장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팰리세이드의 흥행을 두고 정의선 회장의 전략적 유연함이 거둔 승리라고 분석한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전기차 올인 대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민첩한 대응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9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이러한 기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 전기차 수요 정체의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을 2030년까지 엔트리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를 포함해 총 18개 차종으로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가 활동 증가와 넓은 실내 공간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맞물려 팰리세이드가 대표 SUV로 사랑받고 있다"며 "높은 연비와 우수한 주행 성능을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체 판매량 상승과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국 기자 ket@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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