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일본 닛케이가 14일 보도했다.
13일 기자회견을 가진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오는 2025년까지 총 투융자의 50%를 환경 관련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CO2)배출량을 실지적으로 제로(zero)로 하는 목표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환경 투융자로 AIIB가 존재감을 높여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AIIB는 지난 2016년 1월에 출범했다. 중국이 최대 30%를 출자했고, 증자 등 중요 안건에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진리췬 총재는 창단 당시부터 AIIB를 이끌었고, 2021년 1월부터 5년간의 2기 임기에 들어간다.
지난 5년 동안 투융자는 안건 승인 기준으로 108건, 누계 금액은 220억 달러(약 24조 1,802억 원)였다. 최근 1년 동안 100억 달러(약 10조 9,950억 원)증가했으나, 대부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건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AIIB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살리기를 지원할 130억 달러(약 14조 2,935억 원) 규모의 융자를 만들어, 이 가운데 70억 달러(약 7조 6,965억 원)의 융가가 승인됐다.
진리췬 총재는 2021년 신규 투융자액도 2020년과 비슷한 수준(약 1000억 달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소득국 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구입할 지원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2021년 탈(脫)코로나를 위한 위기대응 투융자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진리췬 총재는 중기 전략으로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을 중점 과제로 꼽았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청정에너지의 투융자를 확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도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개발도상국의 석탄 화력발전을 고효율화하는 작업 등도 투융자 대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 투융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환경 관련 이외에 의료나 교육 등 사회 인프라 지원도 넓힌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혁명의 진전을 근거로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투융자도 늘릴 방침이며, 철도나 도로, 항만이라는 종래의 인프라로부터 대상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AIIB회원국과 지역은 2020년 말 기준, 103 회원국이 됐다 발족 당시에는 57국이었으나 80%나 증가한 상태이다. 회원국 절반이 남미, 아프리카 등 역외이고, 유럽의 주요국도 참가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은 참가하지 않았다. 한국은 초기부터 참가했다.
투융자 누계액을 지역별로 보면, 남아시아가 87억 달러(약 9조 5,526억 원)로 가장 많았고, 동남아와 서아시아가 각각 35억 달러(약 3조 8,430억 원) 안팎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동유럽이 가장 많았지만, 8억 달러(약 8,784억 원)에 그쳤다. 진 총재는 2020년 말 중국이 유럽연합(EU)과 투자협정 체결에 대략 합의한 것은 매우 중요한 걸음으로 AIIB에 호재라며 향후 투융자 확대에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