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 공무원 처벌 조항 삭제 등 정부안보다 완화된 내용을 담고 있어 정의당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회 사법위는 이날 오전 법안소위를 열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안을 처리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흡하게 안전조치를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법인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손해를 배상할 때 한도액는 ‘손해액의 5배’로 제한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만 처벌할 수 없을 뿐이다. 중대재해에 해당할 경우 원청업체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여러 명이 크게 다친 산업재해의 경우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각각 처해진다. 경영책임자 범위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규정했다.
처벌 대상에서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바닥 면적이 1000㎡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등이 제외됐다. 학교와 시내버스·마을버스도 빠졌다. 공무원 처벌 조항도 삭제됐다. 소극행정이 우려된다는 이유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3년(공표 1년 후 시행+2년 유예) 유예하기로 했다.
정의당과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논의가 이어질수록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빼는 등 계속 후퇴하였고 결국은 ‘누더기’가 된 것”이라면서 “사람의 목숨에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을 둘 수 없다. 국회는 법 적용에서 예외를 둘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 고민하고 정부 또한 적극 나서야 한다. 본회의에서 재논의 해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전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도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2019년 기준 전체 사고사망자 855명 중 5인 미만 기업 소속이 301명으로 35%,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 소속이 359명으로 42%였다. 전체 사고사망자의 77%가 50인 미만 사업장인 것”이라면서 “적용 제외와 유예 조항을 둔다는 것은 지금도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와 종사자들을 계속하여 방치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법은 힘없는 중간관리자와 하청이 아닌,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이윤을 거둬온 대표이사와 원청, 그리고 발주처의 책임을 묻는 법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소규모 사업장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