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이행점검단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동시에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의 책무를 다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과관계 추정 조항 삭제, 규모별 사업장 시행 유예 등이 담긴 정부안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행점검단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사위 심사안의 주요 쟁점들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당정은 2019년 2월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진상규명위원회인 김용균 특조위를 구성한 바 있다. 특조위는 같은 해 8월 정세균 총리에게 석탄화력발전소 산업 보건의 위촉 및 의료체계 확립, 노동자의 안전보건 활동 참여권 보장 등 작업현장 안전 강화를 위한 22개항을 권고했다. 이후 권고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이행점검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행점검단은 중대재해 범위를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6개월 이상 요양 필요 부상자 동일한 사고로 인해 2명 이상 발생 ▲급성 직업성 중독 질환자 2명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요양 필요로 하는 직업성 질병자 동일한 원인으로 2명 이상 발생 등으로 명시했다.
정부안대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직업병이 동일한 원인으로 5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제한한다면 정하기 어려운 희귀 질병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 그리고 유해물질에 오랜 노출되거나 상당한 잠복기 간을 거쳐 나타나게 되는 질병의 경우는 중대재해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책임 주체인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및’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여하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소위안에선 ‘ 및’이 아닌 ‘또는’으로 결정했는데, 이행점검단은 이를 대표이사 혹은 이사 중 선택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대표이사는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갖는 최고책임자로, 안전보건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or’이 아닌 ‘and’로 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한형 과도하다는 주장, 안전의무위반 사고를 기업범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처벌 수위에 대해선 상해치사죄, 폭행치사죄, 유기치사죄 등 진정결과적가중범의 처벌 수위를 참고해 하한형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징역형에서 하한형을 두고 있어 법정형이 과도하다고 주장에 대해선 “안전의무위반으로 인한 사망범죄를 여전히 과실범으로 보고 고의적인 기업범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지극히 안일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처벌은 “수준을 조율하더라도, 안전준수 감독 및 인허가 공무원과 감독책임 공무원에게 실효적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거나 제외하는 규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행점검단은 “중대재해가 개인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을 제대로 예방하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업범죄’임을 인식하게 하고, 부담해야 할 사고처리 비용이 예방을 위한 투자비용을 압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발의안과 같이 손해액의 3배 이상으로 하한형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 유예안에 대해선 “전체 사업체의 98.8%, 건설업체의 93.3%에 대해 적용을 유예하는 것으로 전체 사업장 중 1%에 불과한 사업장을 규제하기 위한 법으로 축소시켜 85% 이상의 중대재해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형법의 보편적 적용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법의 형평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국가 등의 지원을 통해 안전시설을 갖출 수 있는 일정한 유예 기간을 부여한 후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전면적으로 법을 시행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방안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