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청문회에서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자가주택을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며,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부적격’ 입장에도 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변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공공자가주택 공급 방안을 묻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공공자가주택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중간 형태로서 시세의 반값 정도, 전세 가격 수준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주택"이라며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주시면 환매조건부 등을 시세의 60%나 절반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당시 군포 부곡지구에서 환매조건부 주택을 공급했으나 분양가격이 일반분양과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너무 높아서 실패했다"면서, 취임 후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주택 등으로 3기 신도시 등에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박영순 의원의 ‘규제지역 지정 속도가 너무 느려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현재 시스템은 규제지역을 지정할 때 3개월 이상 가격이 상승했는지 봐야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며 "주식에서 '얼리 워닝(조기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처럼 부동산에서도 빅데이터 통계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적절한 규제를 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토부에서 가동 중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 조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변 후보자는 "현재 지방에서 집단적 투자행위가 많이 나타나 시장이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라며, "부동산 시장에서 이상 거래가 나타나 다른 집의 가격까지 올리게 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거래분석원 등 부동산 정보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역세권의 용적률을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서울에 지하철역만 307개가 되고 역세권 면적을 500m로 (설정)하면 서울 면적의 거의 반 정도가 된다"며, "현재 역세권의 밀도가 160%밖에 되지 않아 역 가까이에 있으면 용적률을 300% 이상을 올려도 된다"고 밝혔다.
변 후보자는 "다만, 이렇게 할 때는 개발이익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은 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민간이 개발하더라도 그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주택가격 상승 여부가 주택 정책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일반 서민들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게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에 취임하면 최선의 노력으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 문제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 및 SH재직 시절 인사 의혹 등에 대해 질의하며 사퇴를 촉구했고, 민주당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적격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위원 30명 가운데 18명이 민주당 의원이기 때문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이 기준인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의당은 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4일 극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변 후보자의 정책과 전문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부적격’ 판단을 내린 것은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그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일련의 문제 발언을 통해 드러난 후보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노동인권 감수성 결여는 시대정신과 역행하고 국민 정서와 크게 괴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