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재택근무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사무실 근무시간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점차 자리 잡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13일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를 통해 재택근무 확산의 배경과 전망, 그리고 주요 쟁점에 대해 평가했다.
코로나19의 국내외 확산에 따라 각국에서 이동제한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재택근무가 확산됐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전개양상에 따라 등락을 보였지만 4~5월 대규모 확산 당시에는 전체 근로자의 약 절반 정도가 재택근무했으며,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이후 IT부문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시행이 활성화됐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재택근무 등 유연 근무형태는 개인,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의 유인과 IT 기술혁신이 결합되면서 국내외에서 추세적으로 늘어왔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소비에서 온라인쇼핑이, 기업활동에서 원격회의가 늘어나는 것처럼 재택근무도 일시 조정은 있더라도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많은 직원이 강제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되면서 경영진과 직원의 재택근무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 ▲ 직원과 기업이 재택근무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미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 것 ▲대다수 기업이 기대했던 것보다 재택근무가 잘 작동했던 것 등을 꼽았다.
이 경우에도 당장 근로자 모두가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으며, 재택근무가 확산되더라도 상시 재택근무보다는 기업 상황에 따른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근무형태가 자리잡을지, 그 영향이 어떨지를 현 시점에서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택근무 관련 쟁점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생산성에 대해선 직원입장에선 통근시간 절약, 업무 집중력 향상, 자율성 증대 등으로 직무 만족도가 높고, 기업은 고용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점이 각각 제고 요인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 통근소요시간은 약 1시간인데, 이는 8시간 근무 가정 시 12.5%. 그리고 이렇게 절약된 시간 중 약 1/3을 일하는 데 사용했다. 이는 생산성이 하락하더라도 실제 기여도는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반대로 직원 입장에서는 구성원 간 유기적 의사소통이 줄고 지켜보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는 점, 경영진은 관리·감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다는 점을 생산성 저하 요인으로 지적했다. 구성원 간 대면 상호작용 과정에서 기존 직원은 창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고, 특히 신입직원은 더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강제로 재택근무가 도입된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생산성 손실이 불가피한 점이 있으나,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려면 적응기를 거쳐 업무와 개인의 특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전 재택근무 활용 비중이 낮지만, 평균 출퇴근 소요시간이 길고 IT 인프라가 잘 발달된 나라는 재택근무 확대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재택근무가 직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돌봄 서비스와 학교가 정상화되고 가정 내 근무⋅주거 공간이 잘 분리되는 등의 여건이 갖추어질 필요있다고 전했으며, 직원들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주된 요인이 직주 근접성이 아닌 만큼, 재택근무 확산으로 직원의 교외 이주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업무범위를 점차 넓혀나가고 상시 재택근무보다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최적 재택근무 조합을 찾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사무실 근무시간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점차 자리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