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정책팀은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 즉 트럼프가 아닌 미국 정부의 서신, 다시 말해 세계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지도자 중 한 명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미 CNN이 3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낸 연애편지라는 것은 개인 트럼프의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것이므로 곧 그 편지를 일고 검토해봄으로써 트럼프, 김정은의 생각을 어느 정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파악, 대북정책 수립에 참고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바이든 인수위 측근 소식통은 “이들은 김정은의 풍부한 심리적 초상화를 그리고, 그의 사고방식이나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와의 관여, 그리고 그의 접근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식적인 편지들은 언어 구사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의 외교정책팀이 트럼프-김정은 서한, 최신 정보 및 기타 정보를 검토하도록 함으로써, 트럼프와 그의 전임자들이 가지고 있는 똑같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CNN은 진단했다. 물론 과거나 앞으로나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키기로 결심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팀이 바로 이러한 북한, 즉 오바마 시절 핵이 없던 북한과 다른 핵이 있는 북한과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한 이후 앞으로 4년 동안 “북한은 더 많은 핵무기와 더 나은 전달 수단을 가지게 될 것이며, 훨씬 더 위험할 것”이라는 게 CNN의 분석이다. 오바마와 트럼프 때와 또 다른 북한 접근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공개 발언, 다자간 동맹에 대한 약속, 함께 일할 간부진 선택 등을 토대로 바이든의 도전, 즉 북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가 있지만, 이러한 변화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그가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을 만난 후, 정책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의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인 의회에서의 공화당의 잠재적 저항과 이미 관영 언론이 그를 ‘광란의 개’라고 부르는 북한 자체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접근, 독자적으로 나서는 대신 동맹국과 파트너를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바이든 전 부통령은 북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 “원칙 있는 외교(principled diplomacy)”라는 표현을 쓰며, 북한과 관계를 맺을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바이든 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검토하기 전에는 다시 말해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지 정확히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이든 인수팀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CNN이 전했다.
CNN은 또 바이든 인수위 측근인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 “이번 인수위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북한과 맞닿아 있었던 일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시도로 해 보일 것”이라며, “북한과의 약속문제에서부터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과의 약속(관여)은 물론 방위계획과 훈련, 무력태세 조정까지”를 망라해 파악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의 국무장관 내정자인 토니 블링컨(Tony Blinken)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한 포트폴리오(North Korea portfolio)에 공을 들였다.
그와 함께 일했던 전직 관료들은 “그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그는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북한 주민들과 외교적 대화를 시작하려 했던 그룹의 일원이었으며, 이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12월 3일 현재까지 바이든 인수팀과 현재의 국무부와는 북한에 관한 회의는 없었다. 미 국무부 3인의 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몇 주 안에 북한과 관련 바이든 인수팀과 폼페이오 국무부 팀이 회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하고, “트럼프-김정은‘이 주고받은 친서는 바이든 국무부 팀이 검토에 나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한국 관리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바이든 팀이 전략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북한이 분위기를 잡도록 허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북한은 과거에 차기 정권 초기에 자주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이는 바이든의 팀을 공격태세보다는 방어태세(defensive posture)로 내몰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바이든팀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할 경우를 상정하고, 바이든팀은 ‘역효과를 낳는 사이클(counterproductive cycle)’에 빠져들지 말고, 제대로 관리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바이든이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막기 위한 노력으로 그의 행정부 초기에 평양에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고려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아직 백악관에 있는 동안 바이든 당선인이 인수인계 기간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CNN이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초기 대북 전략에는 “주한미군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이 최대 400%를 더 지불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야기된 한미 관계에 형성된 긴장을 완화시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의 팀은 또 “중국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인계에 정통한 소식통이 말했다. 그러나 “특히 최근 북한의 제재 위반을 무시하고, 심지어 방조하고 있는 중국의 패턴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중국과 협력하는 것은 그들에게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이든 팀에게는 미국 내부의 장애물도 있다. 바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이다.
바이든 팀이 대북 전략을 펼치기 시작하면, 의회도 역할을 하게 된다. 의사당에 있는 민주당원들은 공화당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단계인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 북한을 끌어들이려는 바이든의 노력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회 보좌관은 “북한 외교를 가동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은 협상과 관련해 엄청난 선택적 자유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서 일을 처리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의회가 대통령 발목을 끈질기게 잡는다면,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해,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이 북한 문제 풀이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바이든은 또 북한의 어떤 적대감, 혹은 적어도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토론회에서 김정은을 ‘폭력배(thug)’라고 불렀다. 그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자국 내 노동 캠프를 유지하고, 굶주림을 통제의 도구로 사용하며, 공공장소에 가족을 암살하기 위해 생물학 무기를 배치했다는 북한 인권보고를 볼 때 그를 ‘아돌프 히틀러’에 암묵적으로 비교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핵이 자신의 가장 강경한 외교정책 과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대면외교를 강조하며, 역대 대통령들과는 북 핵을 늦추고 중단하는 극명하게 독특하고도 매우 다른 접근법(Top-Down)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알렉스 웡(Alex Wong)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2일(현지시간) 북한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도 취임 당시보다 지금은 북 핵이 더 진전됐다고 사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두 명의 현직 관리들은 김정은과의 교류가 즉석 외교(out-of-the-box diplomacy)의 유용한 탐색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그들이 이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었다. 올해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몇몇 국가들은 북한이 소형 핵 장치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핵탄두’를 탑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발사 후 김정은은 북한이 “국가 핵 무력을 완성하는 위대한 역사적 명분을 마침내 실현했다”고 말했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국방장관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그들이 이전에 찍었던 어떤 발사보다 솔직히 더 높게 진행됐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제 “세계 어디에나 기본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