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미성년 증여가 3년 만에 133% 증가했다. 이에 미성년 세대 생략 할증 과세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3월부터 늘기 시작한 미성년자 주식계좌 월평균 개설 건수는 작년에 비해 368%나 증가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미성년 세대 생략 증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세대 생략 증여'는 2018년 기준 7117억 원으로 전체 미성년 증여(1조4187억)의 50.2%를 차지했다.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어 손주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자녀 세대에서 손주 세대로 증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대를 건너뛴 증여에 대해서는 할증 과세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대 생략 증여의 경우 증여세의 30%를 할증해 과세하는데,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부터 미성년의 경우에는 증여재산이 20억원을 초과하면 40%를 할증하고 있다.
2015년 3054억(1946건)에 달하던 미성년 세대 생략 증여는 2018년 7117억(3979건)으로 3년 만에 133% 증가했다. 1건의 증여 당 평균 1억 5693억 원에서 1억 7886억 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미성년 증여에서 세대 생략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47.3%에서 2018년 50.2%로 증가했다.
고 의원실 관계자는 “미성년 세대 생략 할증 과세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이라며, “증여재산가액이 20억을 초과할 때만 10% 상향된 할증률이 적용되고, 실제 절세 금액에 비해 할증률도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건당 증여금액을 일반 증여와 비교하면, 미성년 세대 생략 증여는 건당 1억7886만 원으로 일반 증여(1억244만 원)보다 75% 정도 높다. 재산별로 보면, 부동산이 2015년 1296억 원에서 2018년 3653억 원(51%)으로 불과 3년 만에 182%나 증가했다. 그다음으로 예금 등 금융자산이 2071억 원(29%), 주식이 1188억으로 17%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7세 미만 미취학 아동(1,425건)의 경우 2018년 한해에만 전체 미취학 아동 증여(3704억)의 65%(2414억)를 세대를 건너뛰고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았다. 초등학생의 경우 전체 증여(4311억)의 50%(2163억)를 세대 생략으로 증여받았다. 중학생 이상은 전체 증여(6171억)의 41%(2540억)를 조부로부터 증여받았다. 자녀의 연령이 낮을수록 세대 생략 증여를 조기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고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까지 미성년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총 29만1080건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새로 주식계좌를 개설한 건수는 3만6385건으로 작년 7778건에 비해 368%나 증가했다. 미성년 주식계좌의 예수금 총액은 8월까지 2751억 원 증가했다. 매월 344억 원씩 늘고 있다.
미성년 주식계좌가 늘기 시작한 것은 3월부터다. 2월 신규 계좌개설 건수(1만9777건)에 비해 3월에는 4만2926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3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이 폭락한 시점이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 미성년 증여에 대한 세금부담(공제 한도 2000만 원)이 줄고, 자녀 재산증식의 유리한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 의원은 “경제활동 능력이 없는 미성년들이 자기 돈으로 제대로 증여세를 납부했는지, 자금출처나 증여세 탈루 여부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