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천 화재 참사 그냥 일어난 게 아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안전관리 부실
  • 홍진우 기자
  • 등록 2020-06-22 15:41:40

기사수정
  • 보건관리자, 코로나19로 현장방문 지도 어려움 호소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들의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김상림 기자)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 연결식이 20일 열린 가운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가 부실해 관계 당국의 실태 점검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장 지도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안전 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천에서 보건관리자로 일하는 김민아(45.가명) 씨는 이천 화재 참사는 어디선가 또 일어날 것이라며 걱정을 토로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지지만 피해 규모가 작다 보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천 화재 참사가 괜히 난 게 아니"라며 "산업현장에 지도 감독을 하러 가면 손사래부터 치니 수박 겉핥기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현재 인천 남동·부평 등지의 산업단지를 돌며 근로자들의 건강과 위생 상태 등을 살펴보고 현장 지도 점검을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자 고용 의무가 없어 정부가 김씨와 같은 보건관리자를 현장에 보내 근로자의 위생과 건강, 안전까지 관리한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방문 지도에 애를 먹고 있다.

 

당장 보건관리자가 산업현장에 방문하려면 미리 통보하고 가야 하지만 이들을 반기는 사업주는 거의 없다.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하면 손사래부터 친다. 감염증 우려 때문에 낯선 사람을 내부로 들이는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혹시 문제 소지가 있는 현장이 공개되는 걸 꺼리는 이유도 있다. 보건관리자가 현장을 점검하고 지도·감독을 해야 하지만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만도 시간이 걸린다.

 

김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공장이나 근로현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다”면서 “들어가지 못하니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사고 당시 화재현장 (사진=김상림 기자) 

보건관리자 한 명이 관리해야 할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씨는 인천지역 200여 곳이 넘는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다. 재방문까지 더하면 보건관리자 한 명이 방문해야 하는 횟수는 400여 차례로 늘어난다. 

 

점검해야 할 사업장은 많고 사업주는 제대로 협조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보건관리자는 현장 점검에서 꼼수를 동원한다.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제대로 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김씨는 “방문해야 할 곳은 많고 점검은 어려우니 꼼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이천 화재 참사도 결국 현장 관리자가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고 안전조치 내렸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에 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천 화재참사 원인은 안전조치 없이 산소 용접 작업이 이루어졌고 용접에서 발생한 불티가 가연성 소재인 벽면 우레탄 폼에 튀어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수사본부는 잠정 결론내렸다. 우레탄 발포와 용접이 동시에 이뤄지는 안전수칙 위반 사항을 현장에서 제대로 점검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인천 부평의 한 공단 골목에 설치된 비상소화 상치함에 각종 전단지가 붙어있다. 화재 발생과 같은 비상시 상치함을 열어야 하는 책임관리자는 누구인지 지워져 보이지 않는다. (사진=홍진우 기자)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유니세프
하단배너_06 코리아넷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독일 워킹홀리데이 참여 연령, 34세로 확대 외교부는 독일 워킹홀리데이 참여 가능 연령이 기존 18-30세에서 18-34세로 확대되며, 이는 2025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12월 30일, 주한독일대사관과의 협의를 통해 2009년 체결된 `한-독일 워킹홀리데이 공동성명`을 개정하고, 워킹홀리데이 참여 연령 상한을 기존 30세에서 34세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외교부는 12월 30
  2. 양천구, 새해부터 저소득층 주거안정지원 확대…중개수수료 최대 30만 원 지원 양천구(구청장 이기재)는 경제적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임대차 계약 시 부동산중개수수료를 지원하는 `저소득층 무료중개서비스` 지원 범위를 새해부터 종전 7천 5백만 원에서 1억 원 이하 계약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양천구(구청장 이기재)는 경제적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임대차 계약 시 부동산중개수수료
  3. 시흥배곧서울대학교병원(가칭) 2025년 착공, 본격 건립공사 추진 시흥시(시장 임병택)는 시흥배곧서울대학교병원(가칭) 건립공사의 우선시공분에 대해 서울대학교병원과 현대건설 간 공사 계약이 체결됐으며, 본격적인 착공 준비에 돌입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12월 30일에 조달청을 통해 이뤄졌다. 시흥배곧서울대학교병원(가칭) 조감도시흥배곧서울대학교병원 건립 사업은 2019년 5월 병원 설...
  4. 남동구, 스마트 어플 활용한 치매예방교실 효과 만점 인천시 남동구는 스마트 어플을 활용한 치매예방교실을 운영하고 사후평가를 실시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인천시 남동구는 스마트 어플을 활용한 치매예방교실을 운영하고 사후평가를 실시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구는 스마트폰 활용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효율적인 치매 예방 교실 운영을 위해 지난해 3∼10월 `
  5. 금천구, 구립별하어린이집 신규 개원…국공립 이용률 52.5% 달성 금천구(구청장 유성훈)는 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가산동(시흥대로149가길 24)에 구립별하어린이집을 설치해 오는 2025년 1월에 신규 개원한다고 밝혔다. 금천구, 구립별하어린이집 신규 개원...국공립 이용률 52.5% 달성구는 지속적인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으로 2024년 11월 말 기준 국공립 이용률 52.5%를 달성했으며, 민선 7기 전체 어린
  6. 서울 강서구, 원어민 화상영어 학습 수강료 지원 서울 강서구(구청장 진교훈)는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학생들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원어민 화상영어 학습 수강료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구청장 진교훈)는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학생들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원어민 화상영어 학습 수강료를 지원한다고 밝혔다.지원 대상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7. 중구, 2024년 맞춤형 일자리 정책으로 경제효과 창출 서울 중구는 2024년 한 해 동안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통해 557명을 고용하고 154억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했으며, 특화교육 후 취업률 55%의 성과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구 일자리 박람회서울 중구는 올해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적극 활용해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중구는 인...
TOP TODAY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