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영진시장·아파트 재개발이 20년 넘게 지지부진하면서 노후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과 도시미관 훼손에 인근 주민들과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건축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영진시장·아파트는 주변에 밀집해있는 고층 뉴타운 아파트와 대비돼 더 위태로워 보인다. 건물 내·외벽엔 금이 가 주저앉을 듯하고 페인트는 벗겨져 덧칠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내부와 옥상에는 녹슨 수도관과 엉킨 전선이 아무런 보호 설비 없이 노출돼 있다.
해당 건물 1층에는 시장 상인들이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2·3층은 아파트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한 층에 27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복도 천장은 곳곳에 텍스가 뜯어져 틀 위로 위층 콘크리트 바닥 면이 보인다. 대부분 창문에는 찬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덮여있어, 벽의 단열 기능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 외벽 전면엔 안전진단 결과 ‘재난위험시설 E등급’을 알리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엔 ‘이 시설물 주변에 거주, 통행, 주차하는 주민들은 각별히 주의해달라’는 경고 문구가 명시돼 있다.
2017년 11월 30일 영등포구는 해당 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구는 주요 부재에 발생한 결함 및 내력 부족으로 구조물 안전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 ‘시설물 사용금지 및 개축 필요’를 의미하는 E등급 판정을 내렸다. E등급은 재난위험시설의 가장 낮은 등급이다.
영진시장·아파트 재개발사업은 낮은 사업성, 조합원 간 이견, 이주대책의 부재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40년 이상 시장에서 화장품·가방·액세서리 가게를 유영하고 있는 A 씨는 “20년 전부터 민간 업체들이 여러 차례 (재개발을) 시도했는데 매번 땅만 파놓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착공 시점은 미지수··· 서울시, "절차 거쳐 건축계획 구체화할 예정"
영진시장·아파트 2층 복도 천장의 텍스가 뜯어져 틀 위로 위층 콘크리트 바닥 면이 보인다. 창문에는 찬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덮여있다. (사진=김대희 기자)
서울시는 지난 3월 27일 영진시장·아파트가 도시재생 인정사업으로 선정돼 부지면적 2,754㎡에 건축 연 면적 22,388㎡, 지상 25층 규모의 분양임대 아파트 및 판매시설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시행사업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할 예정이다.
상인들은 영등포구청을 통해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들었다고 전했지만, 보상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A 씨는 “구청에서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고만 알고 있다"면서 ”큰 욕심 없이 (보상금을) 다만 얼마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진시장에서 3년 정도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 씨는 “자세한 내용은 모르기 때문에 상인들 개개인이 알아서 판단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 서울시와 정비계획을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구는 지난해 상인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3차례 설명회에서 재개발 사실을 전달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건축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안내할 예정이다.
서울시 도시활성화사업팀 조건상 주무관은 ”정비계획 수립 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 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라면서 ”영진시장 상인과 주민, 그리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반영하는 것이 사업 진행의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