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영화 ‘말모이’ 실존 인물 이극로, 독일서 한국어강좌 개설 문서 공개
  • 이종혁 기자
  • 등록 2019-10-08 16:03:35

기사수정
  • 국가기록원, 1923년 유럽 최초로 프리드리히 빌헬름대학에 개설

영화 ‘말모이’의 주인공 류정환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고루 이극로가 1923년 독일 훔볼트대학에서 한국어강좌를 개설했다는 독일 정부의 공식 문서 등 관련기록이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이극로가 독일유학 중이던 1923년 유럽 최초로 프리드리히 빌헬름대학에 개설한 한국어강좌 관련 독일 당국의 공문서와 자필서신 등을 수집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번 이극로 관련기록은 국가기록원이 지난 2014년 독일 국립 프로이센문화유산기록보존소에서 수집한 기록물 6철 715매 가운데 11매다. 국가기록원은 번역 등의 과정을 거쳐 일반국민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록물 및 주요 내용 번역. 영화 ‘말모이’의 주인공 류정환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고루 이극로가 1923년 독일 훔볼트대학에서 한국어강좌를 개설했다는 독일 정부의 공식 문서 등 관련기록이 공개됐다. (사진 = 행안부 제공)독일서 수집한 이 기록에는 1868년 발생했던 독일인 오페르트의 남연군묘 도굴사건 보고서, 한국주재 독일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정세보고서 등 19~20세기 초 한국 정치·경제·외교 관련 기록물 등이 포함돼 있다.


기록물 11매 가운데 공문서는 5매로 훔볼트대 동양학부와 독일 문교부, 이극로가 한국어강좌 개설과 관련 주고받은 것이다.

1923년 8월 10일 동양학부 발송 975호는 학장대리가 문교부 장관에게 한국어강좌 개설허가를 요청한 것이며, 같은 해 8월 31일 문교부 발송 8593호는 이를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극로의 요청으로 유럽 최초로 훔볼트대에 한국어강좌가 개설됐음을 입증하는 공문서다.

지금까지는 1922년 훔볼트대 철학부에 입학한 이극로가 몽골어를 수강하던 중 동료 학생들에게 틈틈이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이들이 강좌개설을 요청해 이를 대학에 건의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2007년 이 기록을 발굴해 국내에 처음 발표한 조준희 국학인물연구소장은 “이 때의 경험이 경제학 박사인 이극로가 훗날 조선어학회 간사장을 맡아 ‘조선어 큰사전’ 편찬을 주도하고, 주시경과 함께 한글사업을 완수한 어문운동가의 길을 걷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이 기록은 96년 전 이미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국어강좌가 있었음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독일 학계에 알려진 1952년 한국어강좌 최초 개설을 29년이나 앞당긴 것으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조준희 소장은 또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사전으로 체포된 33인 중 가장 긴 6년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른 어문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이극로의 한국어강좌 관련기록을 정부가 수집·등록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수집이 이극로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학술행사, 전시 등 재조명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나머지 6매는 이극로 선생이 타자기로 작성한 문건이 2매, 자필 편지 2매, 기타 2매다. 타자기를 이용해 이극로가 직접 작성한 기록은 자기소개서와 1925년 1월 30일 동양학부 학장에게 보낸 서신이다. 


그는 한국어는 2천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동아시아의 세 번째 문화어이며, 문자가 독특해 실용적인 측면 외에도 언어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어로 작성된 자필편지 2매는 학위를 마친 이후 런던과 동경에서 각각 훔볼트대 은사들에게 보낸 것이다. 런던 발 편지는 독일을 떠난 이후 일정과 향후 체류계획을 전한 안부서신이고, 동경 발은 미국을 거쳐 현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경로와 새해 인사를 겸한 연하장이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우리에게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역사와 독립운동 관련 기록을 수집해 후대에 물려줄 사명이 있다”라며 “우리나라 관련기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기록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집해 일반 국민과 연구자들에게 적극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유니세프
하단배너_06 코리아넷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재명 대통령 내외, 진관사 방문…“국민 상처 보듬고 국정 정상화 매진”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방문해 참배하고 시민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관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장기 위에 태극 문양을 덧칠한 ‘진관사 태극기’와 독립신문이 발견된 역사적인 사찰로, 호국과 독립정신의 상징적 장소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2. 광복 80년 빛 축제 `80개의 빛, 하나된 우리`…광화문서 8일간 열린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빛 축제가 오는 16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국가보훈부는 이번 축제를 <80개의 빛, 하나된 우리>라는 주제로 기획해 광화문 외벽 80m를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로 활용, 1945년 광복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빛으로 표현한다고 밝혔다. `80개의 빛, 하나된 우리` 연출안광화문 미디..
  3. 정부, 7월 호우 피해 복구에 2조7천억 투입… 지원·방재 강화 정부가 7월 집중호우 피해 복구비를 총 2조 7,235억 원으로 확정하고, 공공시설 방재성능 개선과 피해 주민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며, 이번 복구계획은 단순 원상복구를 넘어 근본적 재해예방과 피해지역 회복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8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서울상...
  4. ‘광복 100년을 향한 타임캡슐’ 전국 100개 학교에서 봉입식 열린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국 100개 학교에서 미래 세대에게 광복의 의미와 대한민국 역사를 전하는 ‘광복 100년을 향한 타임캡슐 봉입식’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열린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국 100개 학교에서 미래 세대에게 광복의 의미와 대한민국 역사를 전하는 `광복 100년을 향한 타임캡슐 봉입식`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열린..
  5. 여의도 ‘서울달’ 개장 1년… 탑승객 5만 명 돌파, 글로벌 관광객 사로잡아 서울 여의도 하늘을 수놓은 ‘서울달’이 개장 1년 만에 누적 탑승객 5만 명을 돌파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정식 운영에 들어간 이후 하루 평균 228명, 총 235일 동안 안전 비행을 이어왔다고 21일 밝혔다. `서울달`은 여의도 상공 130m까지 떠올라 한강과 도심의 주 · 야경을 감상할 수
  6. 한국기술교육대, ‘충남형 계약학과’ 신설… 반도체·디스플레이 인재 양성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2026학년도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충남형 계약학과’를 신설해 학사 40명, 석사 25명을 모집하며,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확정되고 2학년부터 기업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게 된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1캠퍼스 전경 한국기술교육대학교(KOREATECH·총장 유길상)는 충청남도 주력산업인 반
  7. 우유·발효유 제조·판매업체 점검… 6곳 위법 적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여름철 유가공품 안전관리를 위해 전국 846개 유가공업체와 판매업체를 점검한 결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 업체 6곳을 적발했으며, 별도 검사에서 대장균군 초과 검출과 성분 미달 제품 11건이 확인돼 유통 차단 및 폐기 조치가 내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지난 7월 7일부터 2...
TOP TODAY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