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내놓은 내년 총지출 예산은 올해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513조5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확장적 재정지출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국내경제는 경기지표 부진 속에 하방 리스크까지 커져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2020년 예산안은 경제 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정부 총지출 예산 513조5000억 원은 올해 예산(469억 6000억 원)보다 43조 9000억 원, 9.3% 오른 규모다. 재정수입(내년 482조 원)보다 지출이 많아 적자 예산 편성이다.
세입감소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2020년 예산규모를 올해보다 대폭 늘리면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나랏빚인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내년에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740조8000억원에서 내년에는 805조5000억원으로 60조원 이상 증가한다. 이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7.1%에서 39.8%를 기록, 심리적 지지선인 40%에 근접한다.
내년도 국가채무 증가의 상당부분은 적자국채다. 적자국채는 국가의 일반회계예산의 세입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인데, 내년 발행규모는 60조2000억원 순증이다. 올해 발행한도인 33조8000억원에서 약 26조원 늘어난 수치다.
이 결과 총 적자국채 규모는 올해 336조8000억원에서 내년에는 397조원으로 증가한다.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적자국채 비중도 49.5%로 확대된다. 나머지는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금융성 부채다. 나랏빚 가운데 절반이 적자국채라는 것은 그만큼 미래세대가 갚아야할 빚이 늘었다는 의미다.
정부가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결정한 것은 경기 급락으로 부양책이 필요하지만, 내년도 세수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실적 부진으로 뚜렷한 둔화 양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재정수지는 내년에 급격히 악화된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37조6000억원에서 내년에는 72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GDP 대비 비율도 올해 -1.9%에서 내년에는 -3.6%로 악화된다. 2023년에는 -3.9%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 부총리도 "올해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 37.2%과 비교할 때 내년 증가폭이 작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다만 "40% 중반까지 오르는 것은 용인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기 대응을 위해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감내하고서라도 확장 재정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정부 입
장도 일견 이해가 가지만 어차피 국가채무는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부담해야할 엄연한 ‘빚’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 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