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서울시, ‘북촌, 민족문화 방파제’ 기농 정세권 선생 기념 전시
  • 김은미 기자
  • 등록 2019-04-09 17:23:57

기사수정

일제강점기 서울. 일본인들이 조선인보다 더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일본식 집이 늘어가는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낀 기농 정세권은 북촌을 비롯한 서대문과 왕십리 일대에 ‘조선집’이라 불린 근대 한옥을 대량 공급했다. 


그는 또한 조선물산장려회가 침체기에 들어섰을 때 회관을 신축해 기증하고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어학회에 회관을 지어 기증하고 각종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일제 탄압으로부터 우리 민족문화인 한옥과 우리말과 글을 지켜온 기농 정세권 선생의 삶과 활동을 기리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서울시가 9일부터 한 달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북촌 한옥청에서 일제강점기에 민족문화를 지켜낸 기농 정세권 선생을 기리는 ‘북촌, 민족문화 방파제-정세권과 조선집’ 전시회와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9일 오후 2시에 북촌 한옥청에서 전시설명 및 현장투어로 문을 열며, 오후 3시부터는 가회 2층 전망대에서 ‘북촌, 한글…그리고 정세권’이란 이름의 아카데미 1회가 진행된다.


기농 정세권 선생 기념 행사 홍보물 

9일부터 5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정세권 선생의 활동 연대순으로 ,경성을 조선집으로 지켜내자 ,조선 사람은 조선 물산으로 , 북촌은 한글이다 ,조선집, 영화를 통해 살아나다 등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정세권이 주택을 공급한 지역을 지도상으로 살펴보면 ‘ㅅ’자 날개 모양으로 서울 전역에 펼쳐져 있어 이번 전시의 전체적인 구성을 ‘ㅅ’자에 모티브를 두고 기획했으며, 전통한옥과 도시형 한옥의 차이를 보여주는 재료인 ‘함석’을 전시에 사용했다.


첫 번째 섹션인 ‘경성을 조선집으로 지켜내자’에서는 서울 전역에 ‘ㅅ’자 방파제 모양으로 한옥집단지구를 조성한 ‘건축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디벨로퍼’로서의 정세권을 조망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식 집이 늘어가는 현실에 위기를 느껴 “사람 수가 힘이다. 일본인들이 종로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건양사’를 설립해 조선집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등 주택사업을 펼치게 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인 ‘조선 사람은 조선 물산으로’에서는 조선물산장려회를 통해 조선의 상공업 부흥과 민족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쓴 정세권을 조망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백난중분투하는 정세권 씨에게 감사하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조선물산장려회 회관을 신축해 기증하고, ‘장산사’를 설립해 조선물산장려운동에 재정적으로 지원한 정세권의 ‘민족기업가’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섹션인 ‘북촌은 한글이다’에서는 최근 영화 ‘말모이’로 조명 받은 조선어학회를 지원하고 이 때문에 일제로부터 체포되고 재산을 몰수당한 ‘민족운동가’ 정세권을 조망한다. 1930년대 중반 내선일체를 표방하며 우리말과 한글을 탄압하기 시작한 일제에 맞서 ‘조선어사전’ 편찬 작업에 들어간 조선어학회에 재정을 지원하며우리말과 글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고초를 겪은 정세권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다.


네 번째 섹션인 ‘조선집, 영화를 통해 살아나다’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제작된 흑백영화 중 전통한옥과 조선집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미몽’, ‘반도의 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10편의 영화를 편집해 상영해, 조선집을 간접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9일에 이어 ‘북촌, 한글…그리고 정세권’ 아카데미는 20일과 27일 등 총 3회에 걸쳐 개최된다. 


기농 정세권 선생 기념 전시회와 아카데미를 총괄 기획한,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정세권은 식민지 시대에 한옥을 지어 한글을 지켜냈다.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도시형 한옥은 서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ㅅ’자 형상을 이룬다. 한옥 자체가 ‘ㄱ’자, ‘ㄷ’자, ‘ㅁ’자 형태이기도 하다. 조선집과 조선말은 이렇게 어우러졌다. 정세권네들이 만들어낸 한옥 단지 북촌은 식민지 시기 저항문화 유산이다. 민족문화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집’과 ‘말’을 중심으로 민족 전통과 생활과 언어를 재창조, 재구성해내는 데 정세권이 스스로 감당한 구실에 비해 그 동안 평가는 거의 없었다. 정세권 인생에서 1919년 3.1운동은 뿌리와도 같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정세권과 한옥, 또 북촌은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북촌과 익선동을 태동시키고, 우리말과 글을 지킨 정세권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건축가이자 디벨로퍼이며, 민족기업가이자 민족운동가였던 정세권 선생의 유산인 북촌한옥마을 등 서울시 곳곳에 남아있는 도시형 한옥을 도시재생과 접목해 역사문화 도시재생사업을 꾸준히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유니세프
하단배너_06 코리아넷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시 하수도사용료 9.5% 인상…노후 하수관 개선 박차 서울시는 5일 물가대책위원회를 통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하수도사용료를 연평균 9.5% 인상하는 방안을 심의 통과시켰으며, 이 안은 9월 시의회 조례 개정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5일 물가대책위원회를 통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하수도사용료를 연평균 9.5% 인상하는 방안을 심의 통과시켰으며, 이 안은 9월 시의회 조례 개정
  2. 2025 세계 환경의 날 성료…플라스틱 오염 종식 다짐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이틀간 열린 `2025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과 부대행사가 19개국 대표단과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한화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은 지난 2023년 9월, 미국 뉴욕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소에서 진행된 환경부·UNEP 고위급 면담..
  3. 국내 연구진, 머리카락 굵기 백만분의 일 ‘양자거리’ 측정 성공 국내 연구진이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상태 유사성을 나타내는 ‘양자거리’를 직접 측정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양자기술 발전에 핵심 기초를 마련했다.  두 개의 노란 공은 전자를 나타내며, 그 아래 흰색 눈금은 거리를 측정한다는 의미로 `자`를 표현한 것이다. 전자 간의 유사성을 의미하는 양자 거리는 실제 거리와 약..
  4. 아이 키우기 좋은 김포시, 경기도 최초 `아이발달지원센터` 6월 개소 민선8기 김포시가 경기도 최초로 아이발달지원센터를 오는 6월 24일 개소한다. 영유아의 발달 상태 조기 진단부터 상담과 치료 연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아이발달지원센터`는 2023년 서울시에서 전국 최초로 개소해 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민선8기 김포시가 경기도 최초로 아이발달지원센터를 오는 6월 24일 개소한다.
  5. 서울시 ‘아이돌봄비’ 지원 2년…2세아 8명 중 1명 신청, 조부모가 95.8% 차지 서울시가 지난 2023년 9월부터 시행 중인 ‘서울형 아이돌봄비’ 사업이 시행 2주년을 맞아, 영유아 양육가정과 조부모 양측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2025년 5월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2세 영아(24~36개월) 중 약 8명 중 1명이 이 제도를 신청했으며, 육아 조력자의 95.8%가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형 아이돌
  6. "안전한 이동은 일상이자 권리"… 서울시, 고지대에 엘리베이터 설치 박차 서울시가 가파른 경사로와 높은 계단으로 인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고지대 거주 시민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지역 맞춤형 엘리베이터 설치를 본격 추진한다. 이동시설 설치가 어려운 사각지대의 노후·불량 계단 또한 정비해 시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을 보장할 계획이다.  관악구 봉천동현재 서울시에는 고령자, 장애인, 임
  7. 김포시, 사물인터넷 측정기기 부착 연장 신청 안내 김포시(시장 김병수)는 4·5종 대기배출시설을 설치·운영 중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물인터넷(IoT) 측정기기 부착 기한 연장을 위한 신청서를 2025년 6월 30일(월)까지 접수한다고 밝혔다. 김포시, 사물인터넷 측정기기 부착 연장 신청 안내현행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2022년 5월 3일 이전 가동개시 신고를 완료한 4&middo..
TOP TODAY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