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영등포구, 유관기관과 함께 여성 노숙인에 새 삶 선물
  • 김은미
  • 등록 2024-07-17 09:44:06

기사수정
  • 주민등록 말소, 가족관계 단절, 정신분열 등으로 안전·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노숙인 구조
  • 노숙인 시설, 경찰, 검찰과 협업으로 ‘실종선고 취소 판결’ 이끌어내
  • 현재 병원에서 안전하게 입원치료 받으며 사회 재활 준비 중

안전·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노숙인의 안전과 재활을 위해 영등포구(구청장 최호권)가 발 벗고 나섰다.

 

신원회복을 위한 서울경찰청의 과학수사대의 지문 감정 모습

구는 오래전 주민등록 말소로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온 여성 노숙인에게 주민등록 재등록과 병원치료를 통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새 삶을 선사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숙인은 3,344명으로 전체 노숙인의 23.3%에 달한다. 특히 여성 노숙인들 중 다수는 심신이 미약하거나, 스스로의 주체성을 잃고 밖으로 나오기 꺼려 하고 있다. 더욱이 폭행, 성폭력 등 위험에 노출되어 안전·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구는 노숙인 상담시설인 보현희망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상담원과 함께 위기에 처한 여성 노숙인이 있는지 지역 곳곳을 순찰했다. 그 결과 신길역 근처에서 거리 노숙을 하는 A씨(55세 여성)를 발견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 상태가 심각했고, 정신분열이 의심되는 환청, 망상 등을 보여 치료가 시급해 보였다. 그러나 복지 지원을 위해 상담을 시도했지만, 사회와 단절된 시간이 길어진 만큼 경계 태세를 보이거나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러나 구는 포기하지 않고 영등포역 파출소, 센터와 함께 평일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A씨에 다가갔고, A씨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1998년 이후 주민등록이 말소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 가족 관계가 단절되었고, 서류상 사망자로 처리된 탓에 의료, 주거, 긴급 지원 등 복지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먼저 구는 ‘사회보장 전산관리번호’를 임시로 부여하여 의료지원을 진행했다. 전문의의 상담 결과 A씨는 조현병이라는 정신감정 결과가 나왔고, 자·타해 위험성이 심각하여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울시 내에 행려인의 입원이 가능한 병원이 8곳이 있었지만, 건강보험 자격이 없는 노숙인의 치료를 받아 주는 병원을 찾기 어려웠다. 병원 측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구와 센터는 병원에 직접 찾아가 입원치료를 요청하는 등 계속된 설득 끝에 입원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덕분에 현재 A씨는 주민등록을 회복하고, 병원에 입원하여 전문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 무자격자인 노숙인을 구조하여, 입원치료를 지원한 첫 사례이다.

 

이어 영등포역 파출소의 협조로 서울경찰청 과학 수사대의 10지문 감정을 진행했다. 구와 파출소는 남부지방검찰청 공판부에 실종선고 취소를 적극 요청했고, 마침내 법원의 실종선고 취소 판결에 의해 A씨의 신원 회복이 이뤄졌다. 현행법상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해 민법상 실종신고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과 수개월간 소송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신속하고, 선제적인 조치였다.

 

추후 구는 A씨가 퇴원 후 노숙 생활을 벗고 희망찬 미래를 살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택 지원, 시설 입소 연계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노숙인을 위한 복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 입소가 아니라, 사회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라며 “ 노숙인 시설, 경찰, 검찰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안전지대 밖에 있는 위기 노숙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전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유니세프
하단배너_06 코리아넷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금융위, 불법사금융·불법추심 근절 위한 제도 개선 논의...현장 목소리 청취 불법사금융과 불법추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현장 전문가, 유관기관 간의 간담회가 8월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복지재단 북부센터에서 열렸다. 개정 대부업법 홍보영상 주요내용 캡처이번 간담회는 지난 7월 22일 개정「대부업법」및 시행령 시행 1개월을 맞아, 현장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
  2. ‘강한 소상공인 파이널 오디션’ 개막…글로벌 혁신기업으로 도약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한성숙)가 소상공인의 혁신성과 경쟁력을 겨루는 ‘강한 소상공인 파이널 오디션’을 25일부터 28일까지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개최한다. 이번 무대는 한국 소상공인이 세계적(글로벌)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데뷔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메인 STAGE (파이널 오디션 피칭) ‘강한 소상공인...
  3. 과학기술 대도약 선언…정부, 2026년 R&D 예산 사상 최대 35.3조 편성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2026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안을 확정하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전략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번 예산안은 35조 3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
  4. 네이버웹툰, 숏폼 애니메이션 ‘컷츠’ 공개…9월 1일 정식 출시 네이버웹툰이 숏폼 애니메이션 서비스 ‘컷츠(Cuts)’를 공개하며 웹툰 기반 콘텐츠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네이버웹툰은 25일 `오늘부터 앱(App)을 통해 컷츠를 점진적으로 배포하고, 오는 9월 1일 정식 출시 이후 누구나 애니메이션을 업로드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25일 “오늘부터 앱(App)을 통해 컷
  5. 코이카, 카자흐스탄과 중앙아 5개국 디지털 역량 강화 한국이 최빈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발전 경험을 살려 전통적인 선진 공여국과 신흥 공여국을 연결하며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코이카, 카자흐스탄과 중앙아 5개국 디지털 역량 강화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는 카자흐스탄 국제개발단(KazAID)과 공동으로 중앙아시아 5개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디...
  6. 한국고용정보원, 고립·은둔 청년에 `찾아가는 상담` 확대 한국고용정보원이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한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고립 · 은둔 청년의 성공적인 사회진출 및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22일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고립·은둔 청년의 성공적인 사회진출 및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찾아가
  7. 한일 청년 30명, 조선왕조실록으로 문화교류 나선다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조선왕조실록 등 세계기록유산을 매개로 문화교류에 나선다. 2024년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국제 교류 프로그램(`24.10.13.~17.) - 월정사 탐방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은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과 평창 오대산 일원에서 `세계유산으로 맺은 우정, 미래를 꽃 피우다`를 주제로 「2025...
TOP TODAY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