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은 지난 1년간 북한의 지속적인 무기 실험과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이 펼치는 정상 세일즈 외교와 윤석열 정부가 그리는 새로운 대외정책 방향에 주목했다.
특히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요소이자 주요 성과로 평가했으며,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The Diplomat(’23. 5. 1.)> 등은 “어려움 속에 출발한 윤석열 정부가 외교 등에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국정 1년 차에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고 논평했다.
북한의 핵 도발 위험과 대중(對中) 관계, 양분된 국내 정치 환경과 지지율 등은 과제로 지적됐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자체 시스템(외신지원시스템)에 등재된 한국 관련 외신기사들을 분석해 ‘숫자로 보는 1년’과 ‘통계로 보는 1년’, ‘한국문화 1년’ 등을 주제로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간 주요 성과와 과제들을 짚어 보았다.
한미, 한일 정상외교로 대외협력 강화
전체 외신기사 38,674건 중, 외교안보와 정상외교/대통령 관련 기사는 총 10,513건으로 약 30%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 중 17%(1,700건)가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및 한미 정상회담(’23년 4월), 일본 기시다 총리 답방(’23년 5월) 등 대형 외교 이벤트가 이어진 집권 12개월차(’23. 4. 11.~5. 10.)에 집중됐다.
통상 월간 3천 건 정도의 기사가 수집되는데, 집권 12개월차에는 절반을 훌쩍 넘는 기사가 정상외교 관련 내용이었다. 이 시기 외교/사회 분야 주요 키워드를 보면 한・미・일 정상들 이름과 함께, ‘정상회담’, ‘국빈’, ‘한미동맹’, ‘워싱턴’, ‘선언’, ‘백악관’, ‘협력’, ‘만찬’, ‘방미’, ‘방한’ 등 외교 행사 및 주요 성과와 관련된 단어들이 두드러졌다.
특히 국빈 방미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은 “핵 사용 전략수립 과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중심 역할을 부여한 것[뉴욕타임스(NYT ’23. 4. 27.)]”으로, “윤 대통령이 마침내 구체적 성과를 얻어냈다[블룸버그(Bloomberg ’23. 4. 27.)]”라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외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23. 4. 25.)>는 한미 파트너십을 ‘위대한 성공(epic success)’이라 표현하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오랜 냉각기를 벗어나 ‘미래’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영국 <로이터통신(Reuters ’23. 3. 16.>은 “한국과 일본이 미사일과 역사라는 무거운 짐을 놓고 봄날의 해빙(hail spring thaw)을 맞았다.”라고 표현했다.
<지지통신(’23. 5. 10.)>과 <NHK(’23. 5. 11.)> 등 일본 언론들은 미-중, 미-러 간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 정부와 정책 ‘전환’을 분명히 하고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외교 분야에 모호성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한국 우주기술과 방위산업 성장에 주목
정상외교 외에도 우리나라는 우주기술과 방위산업의 성장 면에서 외신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의 성공으로 한국은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했으며, 세계 8위의 무기 수출국,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등의 타이틀도 얻었다.
헝가리 주간지 <만디네르(Mandiner ’22. 6. 17.)>는 “위기에 닥쳤을 때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투자해 온 점”을 한국 우주기술 성장 요인으로 꼽았고, 중국 인터넷 신문 <펑파이(澎湃’ ’22. 7. 28.)>는 “한국이 개발한 일부 무기가 세계 일류 수준이면서 동시에 구매자들 수요를 만족시킬 유연한 가격전략도 취하고 있어 중국이 관심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인터넷 신문 <에포크타임스(The Epoch Times ’22. 7. 28.)>는 “한국 무기 산업 구축이 무기 공급원 확보의 의미를 넘어, 아시아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주체로서 군사-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년, 세계 곳곳에 에너지를 불어넣은 두(頭)문자 ‘K’
문화 방면에서 지난 1년은 <더 글로리>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한국 드라마 히트작과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백악관에서 연설한 K-팝 그룹 ‘방탄소년단’, 디지털 만화 시장을 선도하는 ‘웹툰’ 등을 중심으로 두(頭)문자 ‘K’가 활약한 한 해였다.
프랑스 <레제코 (Les Echos ’22. 6. 15.)>는 ‘K-터치(K-touch)’라는 표현을 썼고, 호주 <오스트레일리언 파이낸셜 리뷰(The Australian Financial Review ’23. 3. 31.)>는 “글로벌 대중문화에 K-에너지(K-energy)가 불어 넣어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호주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22. 10. 26.)>은 “K-팝의 세계적인 인기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해외 언론에 의해 ‘새로운 멋(New Cool)’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논평했고, 벨기에의 <드 스탄다르드(De Standaard ’22. 12. 3.)>는 한류가 문화적 현상일뿐만 아니라 한국을 ‘브랜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의 유력 영자 경제지인 <이코노믹타임스(Economic Times ’23. 4. 5.)>는 ‘K-파워! 한국의 소프트파워 지배’라는 제목으로 “미-중 논쟁 가운데 한국은 조용히 문화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라고 썼다.
특히 인도는 최근 몇 년 새 ‘한국문화’ 부문 외신 보도량이 급증한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문화’ 부문 기사 6,970건 중 인도 언론 보도량은 1,529건으로 2위인 미국(686건)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도 올 4월 미국 국빈 방문 때 상・하원 합동 연설과 하버드대학 대담 등에서 한국 콘텐츠를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 한편, “한국문화의 성공적 전파는 100% 민간과 시장의 노력이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AP통신(’23. 4. 28.)>과 일본 <마이니치(’23. 4. 29.)> 등 여러 외신들은 대통령이 소프트파워를 연설의 한 축으로 삼은 것에 주목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배경도 한국문화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며, “한국이 글로벌 문화 수출 종주국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의미”라고 평가한 외신[벨기에 후모(Humo ’23. 4. 17.)]도 있었다.
확실한 국정 동력 확보가 주요 과제
지난 1년간 외신 보도를 총평해보면 윤석열 정부는 복잡한 국제 정세와 여소야대의 불리한 정치 환경 속에 힘겹게 출발했지만, 대외정책 방향을 분명히 정함으로써 임기 첫해를 예상보다 성과 있게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류 또한 여러 갈래의 ‘K’로 세분화되어 세계인의 삶 곳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신들은 지지율 상승 등 확실한 국정 동력 확보를 주요 과제로 짚었으며, 향후 국정운영의 중요 분기점으로 내년 4월 총선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