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던 지난 2년간, 수도권 일대에 집을 구매한 2030은 누구일까?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부족한 이들은 어떻게 집을 샀을까? 정치권과 언론이 호명한 것처럼 영혼까지 긁어모아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영끌족’일까?
심상정의원실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161만 1,204건을 활용하여, 2030 주택구매자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개인 주택구매자 중 연령미상을 제외한 150만 6,085명 중 20대 주택구매자는 12만 9,854명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30대의 경우 43만 9,704명, 전체의 29.2%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대체로 수도권 아파트로 3~6억원 이내의 주택을 구매했으나, 일부 고가 주택도 있었다. 20대가 구매한 주택 중 최고가는 76억 3,000만원, 30대 최고가는 164억원이었다.
과대포장된 2030 영끌족, 주택구매자 중 영끌족은 10~20% 수준
‘영혼까지 끌어서 받은 대출’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번 분석에서는 ‘영끌족’을 주택매수 과정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3억원 이상의 대출을 받은 이들로 규정했다.
대출의 기준을 3억 원으로 잡은 이유는 대표적 정책금융제도인 디딤돌대출 한도가 2.5억 원(기본)에서 3.1억 원(2자녀 이상 가구)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5%, 30년 상환 조건으로 3억 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월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161만 원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통계청, 2021년)에 의하면 2030세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515만 원이다. 3억 원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은 소득의 31.3% 수준이다.
이렇게 했을 때, 영끌족은 20대는 10,274명으로 세대 내에서 10.6%, 30대는 85,025명으로 세대 내에서 20%를 차지했다. 즉, 2030 주택구매자 중 영끌족은 10~20% 수준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20대와 30대의 총인구가 각각 약 7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전체 2030중에서 영끌하여 집을 산 경우는 1% 이내이다.
2030 영끌족 담론이 확대되면서 마치 모든 2030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시장에 뛰어든 것처럼 호도되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나로 묶일 수 없는 20대와 30대 - 20대 임대 VS 30대 실거주
20대와 30대의 주택구매 행태는 목적과 자금조달 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주택구매의 목적에 있어서, 30대는 본인입주, 즉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구입한 경우가 71.6%로 가장 많았다. 이는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으로, 전체 평균 65.4%보다 높다.
30대 중에서 임대, 즉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매한다는 비중은 24.4%로,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낮았다.
30대는 생애주기에 있어서 독립과 결혼 등으로 실제로 주택이 필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실거주 목적만 가능하다는 점도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대의 경우 실거주 목적이 54%로 가장 높기는 했지만, 임대 목적도 42.6%에 달했다. 이는 미성년자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비중으로, 전체 평균 28.8%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았다.
즉, 20대 주택구매자는 투자 목적을 갖고 주택시장에 뛰어든 경우가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20대 갭투자와 상속·증여 VS 30대 주택담보대출
주택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방식을 보면, 30대는 주택담보대출이 23.1%로 가장 비중이 컸다. 이는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그 외 30대의 주택구매자금 조달 방식 비중은 본인 소유 부동산처분대금(21%), 세입자의 임대보증금(갭투자)(17.1%), 금융기관예금(14.3%) 순이었다.
어느 정도 자산기반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큰 40대 이상부터는 부동산처분대금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직 자산을 확보하지 못한 30대는 대출을 통해 자산 마련 사다리를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대의 자금조달 방식이었다. 우선 20대는 일명 갭투자, 즉 세입자의 임대보증금 활용이 27.9%로 가장 비중이 컸다. 이는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며, 전체 평균이 17.5%인 것에 비하면 그 차이도 꽤 크다.
20대 내에서 임대 목적으로 집을 구매한 비중이 높은 것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 외 20대의 주택구매자금 조달 방식 비중은 주택담보대출(22.3%), 금융기관예금(13.4%) 순이었다.
20대의 자금조달 방식 중 눈에 띄는 또 한 가지는 상속·증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20대의 상속·증여 비중은 6%인데, 미성년자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다. 30대의 경우 3%, 전체 평균은 2.4%로 20대의 절반 이하이다.
20대의 주택구매가격에서 상속·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 미만이 13.4%로 가장 많다.
반면에 자기자금 투입과 대출은 상대적 적었다. 자기자금을 전혀 투입하지 않고 집을 구매한 비중이 12.3%로 이는 30대(4.6%)와 전체 평균(5.6%)보다 2배 이상 많다. 또한 대출을 전혀 받지 않고 집을 구매한 비중이 41.1%로 30대(25.8%)에 비해 높았다.
이처럼 20대와 30대는 주택의 구입 목적과 자금조달 방식에 있어서 전혀 다른 특징을 보인다. 20대는 부모의 조언과 지원에 따라 투자목적으로 집을 샀고, 30대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해서 집을 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택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2030을 한데 묶어 호명해서는 안 된다.
단, 주택구매 목적과 자금조달 방식을 결합하여 분석한 경우에는 20대와 30대의 행태가 유사하였다. 먼저 2030 중 실거주 목적 구매자들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20대 35.4%, 30대 29.7%). 다음으로 2030 중 임대 목적 구매자들은 갭투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20대 63.2%, 30대 55.7%).
소수 20대 주택구매, 결국 엄빠찬스와 부동산 세습
2030 영끌 담론은 실체를 파악할수록 부실했다. 영끌 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임대 목적’, ‘상속·증여’, ‘갭투자’라는 단어로 압축되는 소수 20대의 특혜적, 투기적 주택구매 행태이고 이를 통해 전달되는 부동산 세습이다.
20대 주택구매자는 “엄빠찬스”를 통해 상속·증여로 종자돈을 마련했고, 집값 폭등 시기를 놓치지 말고 갭투자를 이용하여 집을 사야한다는 판단 자체도 그들의 “엄빠”들이 했을 가능성이 크다. 집값이 순조롭게 오른다면 그들은 “엄빠” 부럽지 않을 자산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집값 폭등의 최고점 시기에 20대 주택구매자는 5,993명에서 3만 9,484명으로 7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시기에 전체 주택구매자가 약 3배 정도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0대가 매우 급격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사회에서 집을 살 수 있는 20대는 “엄빠”를 잘 둔 소수이다. 영끌한다고 집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청년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환경에서, 집이 아니라 한 두 칸의 방에서 거주하고 있다.
심상정의원은 “평범한 청년들이 한국사회에서 집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두 이를 알고 있었지만 2030 영끌 담론이 마치 그게 가능한 일인 것처럼 호도했다. 하지만 이번 분석을 통해 부동산이 결국 소득과 자산을 세습하는 통로가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고 평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청년들의 내집마련을 돕겠다며 내놓은 청년원가주택에 대해서도 “결국 엄빠찬스 쓸 수 있는 청년들만 그 집의 주인이 될 것이다. 평범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거급여를 확대하고, 최저주거기준을 강화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