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이 26일 국세청에서 받은 ‘미성년자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 현황’ 자료를 보면, 이자와 배당을 합한 금융소득이 2천만원을 넘는 미성년자가 2020년 기준 3987명에 달했다. 이들이 신고한 금융소득은 7108억원으로 한사람 당 1억8천만원에 달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와 배당 등을 합한 금융소득이 연간 2천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만 대상이다. 2020년 귀속분 기준, 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17만 8,953명으로, 전체 인구의 3.5%에 불과한 고액자산가들이다. 신고한 금융소득은 25조8261억원으로 1인당 금융소득으로만 1억4432만원씩 벌어들였다. 금융소득의 88%는 주식 배당소득으로 22조7712억원에 달한다. 2020년 한 해 국세청에 신고된 배당소득은 28조566억인데, 이 중 81%를 금융소득종합과세자가 차지한 셈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신고한 미성년자는 3987명으로 7108억원을 신고했다. 미성년자 금융소득의 99.5%는 배당소득으로 대부분 주식을 통해 금융자산이 대물림되고 있다. 특히 매년 1500~2000명 수준이던 미성년 금융소득종합과세자가 2020년 급격히 불어났다. 2019년 2068명이 2108억원을 신고했는데, 1년 만에 인원은 93%, 금액은 235%나 급증했다. 1인당 금융소득도 1억193만원에서 1억7827만원으로 75%나 증가했다. 미성년자의 1인당 금융소득은 성인 평균 1억4354만원보다 3482만원이 더 많다. 재벌4세를 비롯해 조기에 주식을 증여받은 금수저들이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0년에 미성년 금융소득종합소득과세자가 급격히 늘고 금융소득도 급증한 것은 주식 호황에 따라 배당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성년 배당소득은 2019년 2063억원에서 7069억원으로 3.4배나 급증했다. 주식시장 호황에 따라 주식을 조기에 증여한 것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 보면 만6세 미만 미취학아동이 765명으로 전년대비 449명(142%) 늘어났다. 1486억을 신고했는데, 1인당 1억9401만원으로 부모가 물려준 주식으로 2억원에 가까운 배당소득을 올린 것이다. 갓 태어난 0~1세 아기 87명도 170억5100만원의 금융소득을 신고했다. 1인당 2억여원에 달한다.
다음으로 초등학생이 1311명으로 전년대비 597명 늘어났다. 이들은 2065억원(1인당 1억5751만원)의 금융소득을 신고했다. 중학교 이상 미성년자는 1911명으로 전년 보다 873명 증가했다. 금융소득은 3558억원으로 1인당 1억8621만원이다.
금융소득 2천만원을 초과하는 미성년자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2016년 893명의 미성년자가 906억원의 금융소득을 신고했는데, 4년 사이 3천명 이상 늘어났다. 신고한 금융소득은 2016년 906억원에서 2020년 7108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편 2020년 귀속분 기준 배당소득을 받은 미성년자는 27만 9,724명으로 집계되었다. 이 역시 전년(17만 2,942명) 대비 62% 늘어난 수치다. 배당소득은 8165억원으로 전년(2889억원) 보다 2.8배 급증했다. 미성년자 종합소득과세자(3987명)은 배당소득을 받은 미성년자 전체의 1.4%에 해당한다. 이들 소수 미성년 종합과세자가 전체 미성년자 배당소득(8165억원)의 87%(7069억원)을 차지했다. 배당소득을 받은 미성년자 중에서도 상위 1%의 소수 금수저가 배당소득을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상위 1%를 더 나누면 배당소득의 집중은 더 심해진다. 상위1000명(0.4%)이 전체 배당소득의 69%(4858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10명이 받은 배당소득은 815억원으로 1인당 81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평균배당률(2.3%)로 환산하면 1인당 35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진 의원은 “미성년자의 금융소득 증가는 조기 증여에 따른 부의 대물림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출발부터 경제적 격차가 크게 나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면서, “미성년자의 주식 및 부동산 증여 과정에서 세금 탈루가 없었는지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