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노회찬이 말한 '투명인간'의 버스 6411번...“지정석 없어요”
  • 이종혁 기자
  • 등록 2018-08-02 09:53:40

기사수정
  • 구로구 구석구석 누비며, 아침 일찍 출근해야하는 고단한 직업의 서민들 싣고 달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 구로거리공원에서 출발하는 6411번 버스 첫차.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경에 출발하는 그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 만에 신도림과 구로 시장을 거칠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사이 그 복도 길까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고인이 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012년 진보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말한 ‘6411번 버스’가 그의 연설만큼 유명해졌다.


▲ 6411번 버스 노선도.



월요일인 30일 구로거리공원에서 버스는 4시가 좀 넘어 출발했다.


거리공원 → 한국SGI → 서울미래초등학교 → 신도림역 → 서울미래초등학교 → 거리공원 → 스카이렉스 → 구로구청 → 고대구로병원 → 구로시장 → 남구로역 → 구로종합사회복지관 →영서중학교 → 대림역 등을 거쳐 구로구 내 이곳저곳을 꼬불꼬불 샅샅이 누비면서 버스는 새벽 출근길 시민들을 태웠다.


청소 일을 하는 60대 중반의 강 모씨는 4년 전부터 이 버스를 타고 강남YMCA까지 간다고 한다. “지정석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대부분 같은 사람들이 타고, 시간이 걸리니까 복도에도 앉고 그런다”고 말했다.


그는 노회찬 의원을 알고는 있지만, 좋은 정치인이라는 정도일 뿐 정치를 잘 모른다고 했다. “요즘 보이던 사람이 조금씩 줄고 있어요. 아마 물갈이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건설업을 하는 60대 초반 남성은 구로동에 사는데 아침 일찍 출근하려면 이차를 타야한다면서, “오늘부터 새로 출근할 공사장이 생겨서 간만에 이 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60대 후반의 한 여성은 “강남까지 가는 직행이 없어 이 차를 타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 6411변 첫차를 탄 승객들.


14년째 버스 운전을 하신다는 버스 기사 천 모씨는 “요즘은 휴가철이라 손님이 적은 편”이라며 “오전에 2회 정도 노선을 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노회찬 의원을 알고 있었고, 좋은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6411번 버스는 모두 29대가 운행된다고 한다.


버스가 대림역을 지날 때 즈음에는 복도에 서서 가는 승객도 많았고, 중간중간 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로 아는지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었다.


노회찬 의원이 말한 6411번 버스는 매일 구로구를 누비며 첫차부터 많은 주민들을 싣고 달렸다. 그 버스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 출근해야하는 고단한 직업을 가진 서민들이었다.


▲ 6411번 첫차 승객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뉴스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유니세프
하단배너_06 코리아넷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경기도, 국비 10억 원 확보…올해 16개 시군 1,080㎞ 구간 지반탐사 예정 `지하 공사현장·땅꺼짐 특별안전대책`을 추진중인 경기도가 시군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지원하기 위해 국비 10억8천만 원을 확보하고 올해 16개 시군 지반탐사에 들어간다고 30일 밝혔다. 경기도, 국비 10억 원 확보...올해 16개 시군 1,080㎞ 구간 지반탐사 예정앞서 도는 `지하 공사현장·땅꺼짐 특별안전대책`의 하나로 국
  2. ‘언어를 배우다, 커리어가 되다’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2025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 모집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총장 장지호)는 6월 1일(일)부터 7월 17일(목)까지 2025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가 6월 1일(일)부터 7월 17일(목)까지 2025학년도 2학기 신 · 편입생을 모집한다. 사진은 사이버한국외대 전경2004년 개교한 사이버한국외대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교육 노하우를 온라인으로 집약...
  3. 건국대 GTEP 사업단, 전국 1위 성과로 무역 실무 교육 모범 입증 건국대학교 GTEP 사업단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2024년도 GTEP 성과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며 실무형 무역 전문가 양성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건국대 GTEP사업단건국대학교 지역특화청년무역전문가양성사업단(GTEP 사업단, 단장 전동석)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한 2024년도 GTEP 성과평가에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4. 광명시, 식습관부터 구강 건강까지 챙기는 경로당 주치의 서비스 강화 광명시(시장 박승원)가 어르신 건강돌봄 서비스 강화를 위해 경로당 주치의 사업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광명시, 식습관부터 구강 건강까지 챙기는 경로당 주치의 서비스 강화경로당 주치의 사업은 의사, 한의사 등 보건의료인이 경로당을 직접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맞춤형 건강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거동이 ...
  5. 고양시-고양교육지원청, 상생 협력으로 지역 교육 발전 이끈다 고양특례시(시장 이동환)는 지난 29일 고양시청 백석별관에서 `2025년 상반기 고양상생교육발전협의회`를 개최하고, 고양교육지원청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고양특례시(시장 이동환)는 지난 29일 고양시청 백석별관에서 `2025년 상반기 고양상생교육발전협의회`를 개최하고, 고양교육지원청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6. 인천시, 안전한 수돗물 공급 위한 시설물 집중점검 실시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 상수도사업본부는 여름철 기온상승에 따른 수돗물 사용량 증가에 대비해, 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주요 수도시설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 안전한 수돗물 공급 위한 시설물 집중점검 실시상수도사업본부는 도·송수관로 총 814㎞ 구간에 대해 제수...
  7. 현대건설, “압구정2구역 고객 금융 안정성 먼저 챙겼다” 현대건설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원의 금융부담 완화와 자금조달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행보에 나섰다.  현대건설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원의 금융부담 완화와 자금조달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행보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지난 29일(목)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관련
TOP TODAY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