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그 버스와 4시 5분경에 출발하는 그 두 번째 버스는 출발한 지 15분 만에 신도림과 구로 시장을 거칠 때쯤이면 좌석은 만석이 되고 버스 사이 그 복도 길까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바닥에 다 앉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이 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매일 같은 사람이 탑니다. 그래서, 시내버스인데도 마치, 고정석이 있는 것처럼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타고, 강남 어느 정류소에서 누가 내리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매우 특이한 버스입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고인이 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012년 진보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말한 ‘6411번 버스’가 그의 연설만큼 유명해졌다.
월요일인 30일 구로거리공원에서 버스는 4시가 좀 넘어 출발했다.
거리공원 → 한국SGI → 서울미래초등학교 → 신도림역 → 서울미래초등학교 → 거리공원 → 스카이렉스 → 구로구청 → 고대구로병원 → 구로시장 → 남구로역 → 구로종합사회복지관 →영서중학교 → 대림역 등을 거쳐 구로구 내 이곳저곳을 꼬불꼬불 샅샅이 누비면서 버스는 새벽 출근길 시민들을 태웠다.
청소 일을 하는 60대 중반의 강 모씨는 4년 전부터 이 버스를 타고 강남YMCA까지 간다고 한다. “지정석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대부분 같은 사람들이 타고, 시간이 걸리니까 복도에도 앉고 그런다”고 말했다.
그는 노회찬 의원을 알고는 있지만, 좋은 정치인이라는 정도일 뿐 정치를 잘 모른다고 했다. “요즘 보이던 사람이 조금씩 줄고 있어요. 아마 물갈이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건설업을 하는 60대 초반 남성은 구로동에 사는데 아침 일찍 출근하려면 이차를 타야한다면서, “오늘부터 새로 출근할 공사장이 생겨서 간만에 이 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60대 후반의 한 여성은 “강남까지 가는 직행이 없어 이 차를 타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14년째 버스 운전을 하신다는 버스 기사 천 모씨는 “요즘은 휴가철이라 손님이 적은 편”이라며 “오전에 2회 정도 노선을 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노회찬 의원을 알고 있었고, 좋은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6411번 버스는 모두 29대가 운행된다고 한다.
버스가 대림역을 지날 때 즈음에는 복도에 서서 가는 승객도 많았고, 중간중간 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로 아는지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었다.
노회찬 의원이 말한 6411번 버스는 매일 구로구를 누비며 첫차부터 많은 주민들을 싣고 달렸다. 그 버스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 출근해야하는 고단한 직업을 가진 서민들이었다.
▲ 6411번 첫차 승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