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인수합병이 최종 무산되면서 `재벌특혜 매각`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참여연대 등이 모인 재벌특혜 대우조선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7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대우조선 재벌특혜 매각 추진 책임 추궁 및 대안 모색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내내 풀지 못했던 과제가 결국 유럽연합의 결정으로 마무리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럽연합 경쟁심사 당국은 과점을 우려해 두 기업 간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했다"며 "3년여 동안이나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사상 최장의 심사기간을 기록하며 결과를 내놓지 못했던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계약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초유의 5차 수정계약까지 이르렀던 매각 계약도 결국 실패로 귀결되고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책위는 "비전문적이고 독단적으로 진행된 대우조선 매각 실패에 대해 정부 당국자와 산업은행에 책임을 묻고 이해당사자들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기업 매각에 방점을 두다보니 자산매각과 기업 축소 등으로 대우조선이 정상화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계 1위와 2위 조선기업의 합병은 독점 문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었고, 합병이 승인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독점 해소 방안으로서 기술력 이전이나 도크 매각 또는 축소 등의 조건 부과로 한국 조선산업의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토록 자명했던 이 사실이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에게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국 대규모로 투입됐던 공적자금이 결국 현대중공업 재벌의 경영권 강화와 세습 안정화에 기여한 꼴이 되고 말았다며 "정부와 산업은행의 무능한 겉모습 뒤에 숨은 유능한 악랄함 덕분"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대책위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에게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조선 매각 시도 사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산업정책 전망과 분석 역량을 결여한 채 금융적 처방만으로 기업 역량 훼손, 산업경쟁력 약화, 재벌특혜로만 귀결시키는 산업은행 자체와 산업은행 관리체계의 대대적인 개편과 수술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투입, 구조조정, 특혜 매각의 악순환 고리를 이제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우조선의 대규모 고용과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기간산업으로서의 전략적 위상 등은 물론,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의 규모, 산업은행의 지배적 위치 등을 고려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조선산업의 발전 전망 속에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 책임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