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고용된 청소노동자에게 지시가 하달된다. 회사 간부의 집을 청소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노동자는 해당 위치로 찾아가 집 도어락을 누르고 청소를 시작한다. 노동자는 "내가 파출부인지 가정부인지", "내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해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국남부발전 신인천빛드림본부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0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한국남부발전 이승우사장 퇴진, 인권위 제소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남부발전 갑질 사태`를 폭로했다.
청소를 한 노동자들은 `무늬만 정규직`인 한국남부발전의 자회사, 그 안에서도 기간제노동자, 정년을 앞두고 촉탁계약전환 평가를 앞둔 노동자,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노동자들이다.
이미 한국남부발전은 지난 8월, 부산빛드림본부 경상정비 하청노동자가 원청의 막말과 불법직접지시, 작업허가서도 없이 위험업무를 떠넘기는 것을 참다 못해 발전소 옥상에서 투신한 사건이 알려져 세상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한국남부발전은 갑질근절 선언, 갑질근절 종합대책, 갑질근절 연극⋅전문가 특강 등 연신 갑질근절 결의를 다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근무시간 중 청소노동자를 본부장 사택청소에 동원했다.
회사 청소노동자가 본부장의 집을 청소하는 `갑질`은 청소용역하청업체 시절인 2010년부터 이어져오던 관행이다. 한국남부발전의 손님맞이용 사택 청소 요청이 들어오면 그 집도 청소했다.
청소가 끝나면 청소용역하청업체 소장에게 사진을 찍어 청소완료를 보고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원래 이것이 발전소 청소노동자의 업무인 줄 알았다는 것이 청소노동자들의 증언이다.
노조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남부발전이 갑질사건 해결에 있어 어떠한 능력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남부발전 이승우 사장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갑질 책임을 통감하고 지금 즉시 퇴진하라"며 "원청관리자의 막말과 갑질, 작업허가서 없이 염산가스를 얼굴에 맞고 호흡곤란을 겪으며 인격적 모독까지 느낀 하청노동자의 투신, 고위 간부의 집까지 청소해 수치심을 느낀 청소노동자의 짓밟힌 인격만으로도 충분하다. 변명은 처벌의 좋은 근거가 될 것이고, 저항은 투쟁의 좋은 재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금이라도 사죄의 마음이 있다면, 긴 말 없이 물러나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남부발전 이승우 사장과 남부발전 자회사 서영덕 사장을 국가인권위 제소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의 엄정한 조사와 판단을 계기로 비상식적인 갑질이 없는 노동권과 공공성이 살아있는 발전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