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기업결합에서의 독과점 우려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체 슬롯 점유율이 아닌 국제·국내선 개별 노선에서의 점유율, 여객량이 집중되는 시간대의 슬롯 확보량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생불가’ 예외사유는 인정기준을 엄격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4일 ‘대형항공사(FSC) M&A 관련 이슈와 쟁점②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 있어 주요 현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항공산업의 구조개편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은 국내 1・2위 대형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일 법원이 한진칼의 주요주주인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위법한 자금조달이라고 주장하며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통합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검토될 사항 중 항공운송산업에서의 경쟁상황 및 독과점 여부 판단을 위한 기초 작업인 시장획정과 점유율 산정, 그리고 재무적 파탄상황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에 대한 예외사유 적용 가능성을 살펴본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대한항공이 지난달 3일 기자 간담회에서 통합항공사의 인천공항 여객 슬롯 점유율은 38.5%로, 장거리 노선에 대한 독과점 이슈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38.5%라는 수치는 인천발 국제선 여객노선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항공사의 슬롯 점유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별’ 노선의 슬롯 점유율을 나타내는 수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정 노선에 대한 독과점 논란을 완전히 해소시켜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수많은 국제도시로 연결되는 거대 허브공항의 전체 슬롯 점유율보다는 각 도시를 연결하는 개별 노선에서의 슬롯 점유율이 실질적인 독과점 여부 판단에 유의미한 자료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시 이를 바탕으로 각 노선별 독과점 정도에 대한 분석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통합항공사가 높은 슬롯 점유율을 확보하게 되는 노선에서는 비계열사 LCC들에게 운수권이나 슬롯 등을 양도・조정하여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회생불가 판단,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하는 것이 바람직"
한편, 입법조사처는 경쟁 제한 우려가 크더라도 아시아나가 ‘회생불가’로 인정되면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데에는 기준을 엄격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생불가 회사의 규모가 큰 경우 이를 구제할 능력이 있는 사업자들은 대기업 또는 기업집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생불가 예외를 쉽게 인정해주면 해당 시장에서의 독과점을 장기간 공고화하여 시장구조를 왜곡할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량적인 지표 기준 외에 ‘인수대상 회사 자산의 시장퇴출 가능성’, ‘경쟁제한 우려가 적은 대안의 부재’ 등 세부 고려요소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요건도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협상을 이번 기업결합보다 경쟁 제한성이 적은 대안으로 볼 수 있는지, HDC현산이 인수 의사를 표명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조건 차이 등으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금호산업 측의 적극적인 매각 협상 시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는지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그 외에도 양대 대형 국적 항공사와 3개 LCC의 통합에 의한 국내 항공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재편이라는 본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시장획정, 경쟁제한성 판단, 예외사유 검토의 모든 단계에 걸쳐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사건에서보다 정치하고 심도 있는 공정위의 분석이 의결서에 담기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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