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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6 (화)

[이슈] 트럼프, 이란 '호르무즈 7일 개방' 걷어찬 배경

"이란 너무 크게 지고 있어"…해협 개방 통한 자금줄 확보 사전 차단
美 재무부 50개국 금융망 봉쇄…항공·은행 퇴출로 벼랑 끝 몰린 테헤란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글로벌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긴급 휴전 승부수를 전격 거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 삼아 숨통을 틔우려던 이란의 제안을 '돈줄이 마른 패자의 다급한 술책'으로 규정하며, 완벽한 백기 투항을 받아내기 전까지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이란의 제안을 단호히 거부했다”며 “지금 이란은 전쟁에서 너무나 심하게 지고 있기 때문에 즉각 호르무즈 해협을 열기 위한 합의를 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이란의 숨은 의도를 꼬집었다. 그는 “그들은 합의를 원하고 나 역시 협상을 좋아하므로 합의 자체는 문제없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이다. 그곳이 막히자 당장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호르무즈를 통해서만 돈을 벌 수 있는 처지”라고 직격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에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엄청난 양의 석유가 빠져나갔고 미국 등의 통제 아래 선박 29척도 정상적으로 통항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해협의 실질적 통제권이 이미 미국 중심의 연합 세력으로 기울었으며, 굳이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수용해 가며 비대칭적 양보를 해줄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대목이다.

 

■ 아라그치의 '7일 계획' 파열음… 美, 50개국 엮어 금융망 완전 봉쇄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카타르를 중재 채널로 삼아 미국 측에 구체적인 ‘7일 계획’을 공식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이란을 향한 군사적·경제적 적대행위를 7일 안에 중단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공식 개방하고 본격적인 평화 협상 테이블을 차리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일거에 묵살한 기저에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촘촘한 '이란 고립화 작전'이 자리 잡고 있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를 필두로 한 제재 전담팀은 최근 2주간 중동과 유럽 전역 50여 개국을 급파하며 “이란과의 모든 금융·에너지 거래를 즉시 단절하지 않으면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 성격의 경고장을 날렸다.

 

미국의 강력한 엄포는 동맹 및 중립국들의 연쇄 이탈을 불러왔다.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튀르키예는 자국 영공 내 이란 최대 항공사인 마한항공의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금융 고립은 더욱 치명적이다. UAE는 현지에 진출한 이란 최대 상업은행 멜리은행 지점들의 거래를 강제 중단시켰고, 튀르키예 당국도 멜라트은행 이스탄불 지점의 영업 허가를 전격 취소했다. 여기에 금융 허브인 영국마저 이란계 은행들에 부여했던 제재 유예 조치를 전격 종료하면서, 이란은 대외 무역 대금을 결제할 통로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 물가 69% 폭등·역성장 쇼크…혁명수비대-온건파 내분 격화

 

에너지 수출 급감과 금융망 마비는 이란 국내 경제를 궤멸적 타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신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이란 경제성장률이 -5.4%로 곤두박질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68.9%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화 보유고가 고갈되면서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민생 파탄이 임계점에 달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과 이란은 카타르 등 제3국을 통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나, 협상의 최대 복병은 ‘이란 내부의 자중지란’이다.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 강경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온적 타협 대신 6월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만을 주장하며 결사항전을 고수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서방 언론에 "핵 프로그램을 포함해 유연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강경파 의원들과 강경 단체들은 "대통령이 매국적 굴욕 외교를 벌이고 있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란 내 반정부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강경파 활동가인 모하마드-호세인 차보시가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향해 "핵과 우라늄에 대해 헛소리를 늘어놓지 말라. 선을 넘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혹독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공개 협박에 나섰다고 전했다. 심지어 강경파 핵심인 아미르-호세인 사베티 의원은 휴전안을 추진한 아라그치 외무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안까지 발의하며 수뇌부 권력 암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 중국마저 美 압박 직면…벼랑 끝 몰린 테헤란의 선택은

 

또 다른 거대한 변수는 '중국'이다. 미국의 압도적인 해상 통제와 금융 차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배후 수입국이자 외화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주중 미국 대사는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중국이 이란을 물밑 지원하는 행위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최후통첩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단 "일방적인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으나, 미·중 간 무역 휴전 국면 속에서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이란 지원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제 분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휴전안 거부가 단순한 기싸움을 넘어 '이란 항복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해협 통제력과 글로벌 금융 제재망을 쥐고 있는 한, 벼랑 끝에 몰린 이란 지도부가 내부 분열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핵 포기와 대미 굴복 카드를 들고나오지 않는 이상 중동 정세의 긴장 국면은 한동안 최고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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