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 후보자 두 명이 잇따라 낙마했다. 국민이 새 장관에게 기대했던 것은 맡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그러나 인선 과정에서 먼저 불거진 것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었고,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엿새 간격으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후보자가 사퇴하면 정부는 새로운 인물을 찾고, 국회는 다시 청문 절차를 밟는다. 그 사이 부처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써야 할 시간과 행정력은 인선 문제에 투입된다. 국민은 정책의 성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또다시 묻게 된다. 왜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가.
한 번의 인선 실패는 다음 인사로 수습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논란이 반복되는 동안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정권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퇴로 인선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확인하는 일이다.
두 후보자의 사퇴를 인사검증 실패라는 말로만 묶어서는 안 된다. 각각의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를 구분해야 사퇴 이후의 과제도 분명해진다.
■ 첫 번째 질문, 선거제도는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용혜인 후보자의 사퇴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의 겸직 문제였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한다. 용 후보자도 이를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달리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하면 의원직을 사퇴해 후순위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만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정치적 의견을 의회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활용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방식이 2020년과 2024년 두 차례 반복됐다. 한 번은 예외라 할 수 있지만, 두 번 반복됐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구조를 살펴야 한다.
이번 인선을 계기로,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당선된 의원의 겸직 문제뿐 아니라 정당의 원내 지위와 비례대표 의석 승계 문제까지 함께 쟁점이 됐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아닌 다른 정당 소속 후순위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하는 구조였다.
위성정당을 통한 의석 확보와 승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제도의 취지와 실제 운영 사이의 간극이 반복된다면, 그 원인을 개별 정치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정책과 제도는 선의에만 기대어 설계할 수 없다. 사람들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법이 한 번 시행되면 그 제도를 전제로 정당의 선거 전략과 조직이 자리를 잡아, 문제가 확인된 뒤 되돌리는 일은 처음 설계할 때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시행 전 단계에서 반대 의견이 지적한 위험까지 미리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위성정당 창당에 반대했던 목소리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담겨 있었다.
병립형으로 되돌리거나, 연동형의 취지를 살리되 위성정당을 실질적으로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방법은 여럿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총선 전까지 대안들을 검증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일이다. 선거제도는 설계 당시의 취지가 아니라 실제 선거와 의정 활동에서 어떤 대표성을 만들어 내는가로 평가받는다.
■ 두 번째 질문, 고위 공직자의 설명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김승원 후보자에게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과 배우자 관련 특혜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여당은 청문 과정에서 의혹이 소명됐다는 입장이었고, 야당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9월17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지만, 김 후보자는 이틀 뒤 사퇴했다.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나 부당한 행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후보자에게는 설명하고 반박할 기회가 보장돼야 하지만, 그 설명은 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와 절차에 기초해야 한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후보자가 의혹을 부인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사실이 확인됐고 무엇이 해소되지 않았으며 그 문제가 직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다. 특히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면 과거 행위의 법적 판단과 별개로 직무상 이해충돌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는 핵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했다. 야당은 필요한 증인과 자료가 확보되지 않아 검증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의혹이 소명됐다는 입장에서 보고서 채택을 추진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수사기록의 비공개 필요성은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후보자가 핵심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라면, 국회는 비공개 열람이나 개인정보를 가린 자료 제출 등 대체 검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명은 주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해명을 듣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는 필요한 증인과 자료로 해명을 검증하고, 확인된 사실과 남은 쟁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보고서 채택 자체가 의혹 해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청문회를 마쳤는가가 아니라 국민이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실을 얼마나 확인했는가이다.
■ 반복되는 논란은 국가적 낭비와 분열을 낳는다
앞선 경험에서 드러난 문제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지 못할 때 비슷한 논란이 반복된다. 후보자가 지명될 때마다 의혹과 공방, 사퇴, 재인선이 되풀이된다면 그 과정에서 다른 국정 과제에 투입할 시간과 행정력까지 불필요하게 소모된다. 부처의 현안을 해결할 책임자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인선 지연은 단순한 정치 뉴스가 아니다.
인사 문제에 대한 우려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9월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7%, 부정 평가는 56%였다. 부정 평가 이유로 ‘인사’를 꼽은 비율은 16%로 ‘부동산 정책’ 2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조사 기간은 9월 15~17일, 대상은 전국 유권자 1002명이었다. 이 조사는 김 후보자 사퇴 전에 실시돼 두 후보의 낙마가 지지율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수치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인사 문제가 부정 평가의 주요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 사퇴 이후 무엇을 바꿀 것인가
두 후보의 낙마가 남긴 과제에는 서로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선거제도는 위성정당을 통한 의석 확보와 승계가 정치적 대표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다음 총선 전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의 설명 책임은 청문 과정에서 필요한 증인과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검증 절차를 보완하고, 확인된 사실과 남은 쟁점을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자료 공개가 제한되더라도 대체 검증 방안을 마련해 국민의 판단에 필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책임지고 물러났는지만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기록하고 원인을 구분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운영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지지율의 하락보다 무서운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다. 두 후보의 낙마가 남긴 과제는 다음 후보자를 찾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논란으로 국민을 다시 실망시키고 국가의 시간과 역량을 소모하지 않도록, 사퇴 이후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