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국가적 치매 관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대형 의료 시설이나 약물 치료가 아닌 지역사회의 일상적인 세대 결합을 통해 치매 예방의 돌파구를 찾는 혁신적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경로당 어르신과 유치원 아이들이 짝을 지어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고 신체 활동을 나눌 때, 노인끼리 모여 활동할 때보다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최대 2.5배에 달한다는 실증 연구 결과가 현장 복지 프로그램으로 구현되면서다.
예산 소진용 일회성 자원봉사에 머물던 기존 세대교류 행사의 한계를 깨고, 10주 이상의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관계 형성'을 설계한 이번 시도는 향후 급증하는 국가 돌봄 재정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처방 모델로 기대를 모은다.
■ 인천 미추홀구서 펼쳐지는 10주간의 세대통합 실험
소셜벤처 주식회사 웃소(대표 김종세)는 인천 미추홀구 소재 두리숲유치원, 더월드스테이트 2단지 경로당과 협력해 지난 8월26일부터 오는 11월4일까지 매주 수요일 ‘세대공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참여 대상은 유치원 유아 16명과 경로당 어르신 19명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과 지속성'이다. 명절이나 특정 기념일에 반짝 진행되던 통상적인 세대교류는 아이들에게는 낯섦을, 어르신들에게는 피로감을 남기기 일쑤였다. 반면 이번 프로그램은 약 두 달 반(10회 차) 동안 동일한 파트너와 지속적으로 호흡을 맞추도록 정밀하게 설계됐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은 가벼운 인사부터 시작해 손을 맞잡는 보드게임, 한국시니어케어연구회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인지·신체 통합 체조 등을 단계별로 수행한다. 매주 만남이 누적되면서 서먹했던 관계는 자연스러운 유대감과 친밀감으로 발전하고 있다.
■ 노인끼리 할 때보다 인지기능 개선 2.5배 폭증
이번 프로그램이 복지 및 학계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지난해 진행된 선행 연구의 객관적 데이터 덕분이다.
웃소가 진행한 선행 조손 보드게임 임상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로만 구성된 집단(조조 집단)과 유아와 노인이 짝을 이룬 집단(조손 집단)의 치매 예방 효과는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국내외 표준 인지평가 지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 아이와 함께 활동한 '조손 집단'의 인지기능 개선 폭은 노인끼리 참여한 집단 대비 1.98배에서 최대 2.45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 한국판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K,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Korean) : 기억력, 집중력, 실행기능을 포괄 측정하는 이 검사에서 조손 집단 어르신들은 프로그램 참여 전후 평균 3.50점의 괄목할 만한 점수 향상을 기록했다. 통계적 효과크기(Cohen’s d) 역시 1.27로 확인되어 매우 큰 실질적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 인지선별검사(CIST, Cognitive Impairment Screening Test) : 중앙치매센터 공인 도구인 CIST에서도 전반적인 뇌 활성화 및 언어·지남력 영역에서 유의미한 반등이 관측됐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예상치 못한 돌발 반응과 순수한 감정 표현이 어르신의 뇌세포를 자극하고, 아이를 배려하고 규칙을 가르쳐주려는 과정에서 고차원적 인지 기능인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강력하게 활성화된 결과로 풀이한다.
■ 프로그램의 확장 : 보드게임을 넘어 신체·정서 융합으로
올해 인천에서 가동된 본 프로젝트는 선행 연구의 한계를 보완해 한 단계 진화했다. 단순 보드게임에 국한하지 않고, 시니어 케어 전문 강사를 투입해 인지 자극과 신체 스트레칭을 융합했다.
- 몰입과 협력의 관찰 : 어르신 중심으로 짜인 신체·인지 프로그램에 유아들이 능동적으로 동화되는 메커니즘을 정량·정성적으로 기록한다.
- 상호 돌봄(Reciprocal Care) : 일방적인 보호나 수혜 관계가 아니라, 아이는 어르신에게 정서적 활력을 주고 어르신은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배려의 태도를 심어주는 상호 작용 구조를 정립했다.
김종세 웃소 대표는 "어떤 특정한 놀이 도구 하나가 핵심이라기보다는, 아이와 어르신이 주기적으로 만나 웃고 대화하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뇌 자극제"라며 "치매 예방을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투입하는 것 못지않게, 일상에서 세대 간 만남을 제도화하는 사회적 접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초고령사회 돌봄 비용 절감할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의 싹
인천 미추홀구의 이번 세대공감 프로젝트는 오는 11월4일 종료되지만, 복지 정책적 울림은 작지 않다. 현재 한국 지자체들은 텅 빈 경로당과 아동 수 급감으로 고민하는 유치원·어린이집이라는 양극단의 인구 구조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물리적 거리가 인접한 유치원과 경로당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이번 모델은 인프라 추가 건립 없이도 유휴 자원을 연계해 막대한 치매 간병·의료 비용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로컬 복지 방정식'을 보여준다. 미술, 음악, 원예 등 다양한 매개체로 확장 가능한 이 모델이 지자체 정규 복지 사업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복지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