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 국가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정책 변화의 필요성과 정책 결과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은 개혁이라는 이름만으로 정책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 개혁으로 내 삶이 더 안전해졌는지, 경제활동은 더 예측 가능해졌는지, 국가를 더 믿을 수 있게 되었는지를 평가한다.
정책은 정부청사와 국회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결과는 국민의 일상에서 나타난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단순히 진영 간 결집과 이탈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월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7.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지율은 8주 연속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59.5%까지 높아졌다. 특히 진보층에서는 지지율이 4.0%포인트 상승한 반면 중도층에서는 5.5%포인트 하락했다.
한 번의 여론조사만으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의 하락을 단순히 “왼쪽을 충분히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리얼미터 역시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인선 논란과 부동산 세제 개편안 유턴 등을 거론하며 인사와 정책에 대한 신뢰 약화를 지지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했다.
국민이 묻는 질문은 “얼마나 많은 정책을 바꾸었는가”가 아니다. “그래서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가”이다. 개혁은 변화의 크기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개선의 크기로 평가받아야 한다. 검증과 준비 없이 속도만 앞세운 개혁은 국민에게 기대보다 새로운 불안을 안길 수 있다.
■ 검찰개혁, 권한을 바꾼 만큼 책임 체계도 준비됐는가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권력기관은 견제받아야 하며 어느 기관도 과도한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사사법제도의 목적은 기관 간 권한 배분 자체가 아니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검찰의 권한을 조정했다면 그만큼 새로운 수사체계의 전문성과 책임 구조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존 기관의 권한을 얼마나 줄였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체계에서 국민 보호 기능이 실제로 강화되었느냐다.
제주에서는 실종 사건 허위 종결 혐의를 받는 한 경찰관이 근무 기간 처리·종결한 실종 신고가 298건에 달해 경찰이 전수조사에 나섰다. 현재 확인된 허위 종결 사건에서는 실종자들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역시 무거운 질문을 남겼다.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기존 경찰 수사의 증거 관리와 수사 절차를 둘러싼 문제점이 드러났고, 현직 경찰관인 피의자 아버지와 담당 수사팀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됐다.
물론 개별 사건만으로 전체 제도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새로운 체계가 기존보다 국민 보호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혁의 성패는 어느 기관의 권한이 줄었는지가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더 안전해졌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 노란봉투법,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다. 원·하청 구조가 복잡해진 산업 현실에서 노동자의 실질적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는 반드시 다뤄야 할 과제다. 노란봉투법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좋은 취지가 좋은 법을 자동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시행 과정에서 확대된 사용자 범위와 쟁의 대상 범위를 둘러싼 혼선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해석 기준까지 마련해야 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어디까지가 노동쟁의의 대상이고 어디까지가 경영상 판단인지에 대한 혼란이 이어졌다.
노동자의 권리는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법의 기준이 불명확해 시행 과정에서 행정지침으로 계속 보완해야 한다면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안정적인 제도라고 하기 어렵다. 입법의 목적만큼 중요한 것은 제도가 현장에서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게 작동하는가 하는 점이다.
■ 부동산 정책, 중요한 것은 발표가 아니라 신뢰다
부동산은 국민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 분야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주거 안정과 투기 억제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에서도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다. 정책 발표 이후 핵심 내용을 다시 조정해야 했다면 애초 설계 단계에서 시장과 실수요자의 현실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세금이나 규제 자체가 아니라 신뢰다.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 은퇴 이후 거주 계획을 세우는 국민, 임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 모두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정책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국민의 주거 계획과 경제활동도 흔들린다. 정부가 한 번 내놓은 정책을 국민이 어느 정도 믿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부동산 정책의 기본 조건이다.
■ 국방개혁, 통합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전력이다
국방 역시 같은 기준에서 평가해야 한다. 군 구조 개편과 조직 통합이 미래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필요성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통합이 곧 전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어떻게 바꾸었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가 미래 전장에서 필요한 인재 양성과 합동작전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는가다.
국방은 한 번의 결정이 수십 년 뒤 국가 안보 역량으로 나타나는 분야다. 충분한 검증과 공론 없이 추진되는 개혁은 국민에게 변화가 아니라 강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국방개혁의 목적은 조직을 합치는 데 있지 않다. 유사시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데 있다.
■ 국민이 던지는 질문과 정부가 던지는 질문이 달라서는 안 된다
최근 정부 안팎에서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왼쪽을 충분히 챙기지 않았다”는 데서 찾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여론의 흐름만 보더라도 이런 진단만으로 현재의 하락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특정 계층의 주간 등락만으로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부가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이 “어느 진영을 더 챙겨야 하는가”만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민이 묻는 것은 검찰개혁의 방향 자체가 아니다. 새로운 수사체계가 국민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는지다. 노란봉투법의 취지 자체가 아니다. 현장에서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으로 작동하는지다. 부동산 정책의 이념적 방향이 아니다. 국민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신뢰를 주는지다. 국방개혁의 필요성 자체가 아니다. 실제 안보 역량을 높이는지다.
이 네 가지 질문 중 어느 것도 “더 진보적인가, 더 보수적인가”를 묻지 않는다. 국민이 묻는 것은 하나다. “정부가 만든 결과를 믿을 수 있는가.”
앞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개혁의 이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정책 시행 전에 예상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시행 이후 국민의 삶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평가하며, 문제가 확인되면 책임 있게 수정하는 정부의 자세다.
지금 정부가 돌아봐야 할 것은 어느 진영의 지지를 더 결집시킬 것인가가 아니다. 인사와 정책의 예측 가능성, 실행력과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다. 국민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변화를 불안해할 뿐이다. 국민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평가자다. 지지율 하락이 묻는 것은 진영의 방향이 아니다. 정부가 만든 결과를 국민이 믿을 수 있는가.
그것이 지금의 지지율 하락이 던지는 진짜 질문이다.

조상명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前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 [편집자주]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