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모바일 플랫폼 공룡 구글과 국내 게임업계 사이의 인앱결제 수수료 갈등이 결국 법적 분쟁과 규제 당국, 국회 국정감사까지 뒤흔들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는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내놓으며 앱 개발사들과의 갈등을 매듭지었던 구글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배상 합의 약속을 어기고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반면 구글은 협회 측의 주장을 두고 "사실무근"이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진실 공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10년간 뜯긴 수수료 20% 돌려내라"…3대 게임협회 총결집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인공지능게임협회 등 국내 모바일 생태계를 대표하는 3대 게임 단체는 지난 9월3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구글을 향해 실질적인 손해배상안을 즉각 제시하고 지급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협회 측 주장의 핵심은 구글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따른 장기적 경제 착취'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절대적 지배력을 악용해 자체 결제 시스템(인앱결제) 사용을 강제하고 최대 30%에 이르는 고율의 수수료를 물림으로써, 국내 중소 개발사와 스타트업들이 성장 동력을 잃고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피해 게임사들은 미국 법원 등에서 진행 중인 집단조정 손해배상 절차에 공식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구글 본사에 공식적으로 제시한 피해 회복 가이드라인은 '지난 10년간 지급한 인앱결제 수수료 총액의 20% 반환'이다. 아울러 기업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비공개·일괄 지급'이라는 유연한 협상 카드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 "8월 말까지 서면안 낸다더니" vs "그런 약속 한 적 없다"…평행선
갈등의 도화선은 '합의안 제출 시한'이었다.
게임협회 측은 구글이 손해배상 합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8월 말까지 구체적인 배상 범위와 조건이 담긴 공식 서면안을 내놓겠다'고 전달했으나, 약속된 시한이 지나도록 서류 한 장 건네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곧 구체적인 보상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립서비스만 되풀이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비겁한 면피용 꼼수"라며 "진정성 없는 지연 전술을 즉각 멈추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구글 측은 이 같은 주장을 180도 부인했다. 구글 관계자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국내 개발자와의 소송에서 합의가 진행 중이라거나, 구글이 8월 말까지 합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는 등의 협회 측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짤막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협상 테이블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구글의 반응에 게임업계는 "한국 시장을 기만하는 극단적인 발뺌"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미·영엔 조 단위 합의금 쾌척… '한국 패싱' 논란 불붙은 까닭
국내 게임업계가 분통을 터뜨리는 가장 결정적인 배경은 구글의 노골적인 '국가별 차별 대응'이다.
구글은 미국에서 주 정부 및 앱 개발사들과 잇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화해에 합의하며 약 8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법정에서도 2억6000만 파운드(약 4800억원)라는 거액의 합의 도장을 찍었다. 법적 징벌 수위가 높고 집단소송 제도가 완비된 서구권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사법 리스크를 조기 차단한 셈이다.
반면 세계 4~5위권의 거대 모바일 게임 시장인 한국에서는 '사회공헌형 개발자 펀드 조성'이나 '수수료율 소폭 인하(15%)' 같은 미래 지향적 간접 지원책만을 내세우며, 과거 10년간 강제 징수한 수수료 피해에 대한 '직접적 현금 배상'은 단 한 푼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협회들은 "생색내기용 지원 펀드가 과거의 불법적 착취를 면책해 주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 규제당국 감경 차단에 국감 증인대까지… 전방위 압박 착수
게임업계는 구글을 옥죄기 위한 전방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규제 당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구글이 동의의결이나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상생 기금 조성', '향후 정책 변경' 등의 당근책에 속아 과징금을 깎아주거나 제재 수위를 낮춰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피해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손해배상이 서면으로 이행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행정적 감경 조치도 불가하다는 '행정 처분 원칙론'을 주문했다.
다음 타깃은 오는 10월 열릴 정기 국회 국정감사다. 협회들은 구글이 의미 있는 배상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국회 정무위원회 및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글코리아 및 구글 본사 핵심 임원들을 증인대로 불러 세우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 버금가는 송곳 검증을 통해 구글의 불공정 거래와 국내 차별 행태를 여론의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맞선 전 세계 개발자들의 저항이 거세지는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의 현지 차별'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번 구글-게임업계 충돌은 향후 빅테크 규제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