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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3 (토)

[쟁점] 中·대만 장악 AI PC…삼전·LG는 안방서 실종

엔비디아 10월 슈퍼칩 출격…칩·기기 모두 중화권 장악
SW 이어 하드웨어도 밀려…'단순 메모리 납품' 갇힌 현실




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개인용 컴퓨터(PC)의 역사가 40년 만에 완전히 다시 쓰이고 있다. 과거 사용자가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로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하던 '명령형 도구'였던 PC가, 이제는 사람 대신 복잡한 추론과 작업을 도맡아 처리하는 '자율형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디바이스'로 진화하면서다.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을 쥔 엔비디아가 오는 10월 자체 슈퍼칩을 탑재한 윈도우 기반 AI PC를 전격 출시하며 새로운 하드웨어 표준을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고성능 PC가 단순히 3D 게임을 돌리거나 영상 편집 렌더링 속도를 높이는 '게이밍·작업용 머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온디바이스 에이전트를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로컬에서 실시간으로 구동하는 '두뇌형 단말기'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테크 지형을 뒤흔드는 이 거대한 변곡점에서 정작 'IT 강국'을 자처하던 대한민국의 대표 세트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칩 설계부터 파운드리 생산, 완제품 제조까지 전 공급망이 중화권 카르텔에 완전히 포위당한 가운데, 한국은 겨우 메모리 반도체만 공급하는 '단순 납품 기지'로 고립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 10월 'RTX Spark' 상륙… 단순 노트북 아닌 '에이전트 두뇌'가 열린다

 

엔비디아가 준비 중인 차세대 개인용 컴퓨팅 플랫폼 'RTX 스파크(Ray Tracing Texel eXtreme Spark)'는 기존 PC 시장의 판도를 뒤엎는 파괴력을 지녔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설계된 이 단말기는 무려 1페타플롭스(PFLOPS)에 달하는 로컬 AI 연산 성능을 발휘한다.

 

'RTX 스파크'는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 및 GPU 기술 브랜드로 사용하는 명칭이다. Ray Tracing과 AI 기반 그래픽 처리 기술을 핵심으로 하며, RTX GPU에는 전용 RT 코어와 Tensor 코어가 탑재된다. Ray Tracing은 빛의 경로를 추적해 물체의 반사·굴절·그림자 등을 실제와 가깝게 표현하는 고품질 3D 그래픽 렌더링 기술이다. 특히 게임이나 3D 콘텐츠에서 빛과 그림자, 반사 표현을 크게 향상시키는 기술로 활용된다.

 

핵심은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 매번 구독료를 내고 응답을 기다리지 않아도, 사용자의 책상 위 노트북에서 1200억개(120B) 이상의 파라미터를 가진 중대형 LLM을 초고속으로 단독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어로 "지난 3개월간 주고받은 계약서와 이메일을 분석해 다음 주 미팅용 전략 보고서를 작성하고 세부 일정까지 캘린더에 등록해 줘"라고 말하면, PC 내부의 온디바이스 에이전트가 로컬 파일에 안전하게 접근해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끝마친다. 데이터 유출 위험 때문에 기업과 연구원들이 기피했던 프라이버시 장벽을 완벽히 허무는 구조다.

 

과거 그래픽카드가 단순 화면 출력 장치에서 3D 게이밍의 필수품으로 도약했듯, 이제 고성능 AI 프로세서는 현대 지식 노동자와 학생, 개발자에게 산소호흡기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 설계·파운드리·완제품 삼각동맹… 온통 대만·중국계 '그들만의 리그'

 

문제는 이 폭발적인 AI PC 하드웨어 생태계의 부가가치를 대만과 중국계 기업들이 사실상 100%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의 수장 젠슨 황을 필두로, CPU 커스텀 설계 파트너인 대만의 미디어텍, 이 칩을 독점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룡 TSMC가 완벽한 삼각동맹을 결성했다. 여기에 칩을 받아 실제 소비자가 손에 쥐는 완제품 PC로 양산하는 글로벌 OEM 파트너 목록을 보면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세계 1위 PC 업체인 중국의 레노버를 비롯해 대만의 에이수스(ASUS), MSI, 기가바이트(GIGABYTE) 등이 전면에 포진해 시장 선점에 돌입했다.

 

반면 국내 대표 세트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독자적인 초고성능 AI PC 라인업은 찾아볼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본 규격인 '코파일럿+(Copilot+)' 기준을 충족하는 일반 슬림형 노트북을 몇 종 출시했을 뿐, 차세대 AI 생태계를 이끌 '에이전틱 단말기' 주도권 경쟁에서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은 대만·중국 연합군이 차려놓은 밥상에 메모리(DRAM, HBM)를 납품하며 단가 줄다리기를 벌이는 하청 구조에 갇히고 말았다.

 

밸류체인 단계 주도 기업 및 국적   한국 기업의 현주소 

코어 프로세서 설계

(AP/GPU)

엔비디아(美·대만계 젠슨 황), 

미디어텍(대만)

全無

(자체 NPU·GPU 모바일 탑재 한계)

  최첨단 공정 파운드리     TSMC (대만) 부재 (선단 공정 수주 경쟁 열위)

완제품 제조

(OEM/ODM)

레노버(중국),

에이수스·MSI·기가바이트(대만)       

삼성·LG 라인업 부재 (외곽 관망)
핵심 메모리 부품 마이크론(미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DRAM·HBM 공급)     

 

 

■ 소프트웨어는 미·중 양강 독점… '국산 LLM'은 어디로 갔나

 

하드웨어만 밀리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모델 개발 영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현재 생성형 AI 모델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철저한 양강 독과점 체제다. 미국의 오픈AI(ChatGPT), 앤트로픽(Claude), 구글(Gemini)이 최상위 프런티어 모델을 장악했고, 중국 역시 알리바바(Qwen)와 딥시크(DeepSeek) 등을 앞세워 초저비용 고성능 모델로 글로벌 개발자들을 흡수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저마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내놓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냉정한 기술 격차는 엄연하다. 글로벌 1티어 모델들의 종합 성능 지수가 60~70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 국산 모델들은 여전히 40점대 안팎에 머무르며 '로컬 특화'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가장 뼈아픈 현실은 시장의 외면이다. 국내 개발자와 스타트업, 일반 사무직 직장인 중 일상 업무에서 국산 LLM을 메인 엔진으로 활용하는 이용자는 손에 꼽힌다. "국산 서비스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라서 안 쓰거나, 알더라도 성능 차이 때문에 외산 모델을 유료 결제해 쓴다"는 자조가 지배적이다. 하드웨어 플랫폼도 없고 소프트웨어 엔진도 외산에 종속된 '디지털 식민지'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 메모리 호황에 취할 때 아니다…'초과수익'의 진짜 목적

 

증권가 일각에서는 HBM 공급 부족과 메모리 단가 상승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분기마다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거두는 현상을 두고 장밋빛 전망을 쏟아낸다. 그러나 냉철한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의 초과수익(Super Profit)을 미래 생존 티켓을 사는 데 재투자하지 못하면, 한국 IT 산업은 10년 내 절벽을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메모리 사이클 특유의 호황으로 벌어들인 초과수익은 단순 배당 확대나 현금 유보를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다. 완제품 세트 경쟁력을 되살리고, 자체 NPU 설계 역량을 확보하며,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골든타임의 비용'이어야 한다.

 

완제품(디바이스) 생태계를 쥐지 못한 반도체 공급사는 언제든 전방 고객사의 단가 인하 압박과 대체재 등장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완제품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룰을 정하고, 그 룰에 따라 부품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테크 산업의 불변의 진리다.

 

■ '선택된 소수 GPU 퍼주기' 버리고…'대국민 AI PC 바우처' 결단 내려야

 

정부는 입만 열면 '모두의 AI', 'AI 3대 강국(G3)'을 외친다. 하지만 실제 펼쳐지는 정책은 과거의 낡은 관성에 머물러 있다.

 

현재 정부 지원책의 대다수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엔비디아의 고가 엔터프라이즈 서버용 GPU(H100, B200 등)를 대량 구매한 뒤, 관(官) 주도 과제에 선정된 소수의 대기업과 연구소, 스타트업에 클라우드 크레딧 형태로 무상 쪼개기 임대해 주는 방식에 치우쳐 있다. 정작 거대한 아이디어가 싹터야 할 현장의 청년 개발자와 학생, 중소 크리에이터들은 하드웨어 비용 장벽에 막혀 제대로 된 온디바이스 에이전트 연구조차 시도하지 못한다.

 

역사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말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하고 벤처 붐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부의 하향식 연구비 배분이 아니었다. '국민 PC 보급 사업'과 집집마다 깔린 초고속 인터넷망, 골목마다 들어선 'PC방'이라는 거대한 풀뿌리 하드웨어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전 국민이 고성능 PC에 장착된 그래픽카드로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를 밤새 돌리며 자연스럽게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했고, 그들이 지금의 K-IT 신화를 일군 주역이 됐다.

 

AI 시대의 학습과 개발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클라우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풀뿌리 인재들에게 로컬에서 직접 모델을 파인튜닝하고 에이전트를 실험할 수 있는 '개인용 AI PC'는 선택이 아닌 필수 무기다.

 

정부가 친환경 전환을 위해 전기차 한 대당 수백~수천만 원의 국가 보조금을 아낌없이 지급하듯, 미래 산업의 근간이 될 학생과 AI 연구 인력, 청년 창업가들에게 'AI PC 구매 보조금(바우처)'을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수요가 생겨야 시장이 열리고, 시장이 열려야 소극적이던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세트 기업들도 경쟁력 있는 고성능 AI 디바이스 개발에 사활을 걸게 된다. 공급자 중심의 닫힌 지원에서 벗어나, 전 국민의 손에 AI 무기를 쥐여주는 강력한 '바텀업(Bottom-up)' 인프라 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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