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타임스 김은국 기자 | ‘개발자 모시기’ 경쟁으로 인건비 출혈 경쟁을 벌이던 국내 게임업계의 채용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제작 파이프라인 도입 확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경영 효율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국내 주요 10대 게임사 3곳 중 2곳의 직원 수가 올해 들어 일제히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프로젝트 확장기마다 반복되던 대규모 공채와 몸값 불리기 관행이 저물고, 최소한의 정예 인력과 AI 툴을 결합한 조직 슬림화가 업계 전반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 9개 상장사 인력 1만9567명…위메이드 ‘-13.5%’ 감축 폭 최대
9월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대 게임사 중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를 제외한 주요 상장 9개 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총 직원 수는 1만956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만9748명)과 비교해 약 0.9%(181명) 줄어든 수치다. 전체 규모의 감소 폭은 완만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9개 사 중 6곳에서 직원 수가 감소하는 등 고용 축소 흐름이 뚜렷하다.
기업별 고용 규모를 살펴보면, 넥슨(넥슨코리아 포함)이 9888명으로 압도적인 고용 규모를 유지했다. 이어 엔씨소프트(3405명), 크래프톤(1932명), 컴투스(1446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소셜카지노 및 캐주얼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더블유게임즈는 354명으로 조사 대상 중 가장 작은 인력 규모를 기록했다.
감소율 측면에서는 위메이드의 감축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박관호 대표 체제로 전환한 위메이드의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지난해 말 대비 13.5% 급감하며 10대 게임사 중 가장 가파른 다이어트를 단행했다. 비핵심 프로젝트 정리와 비용 절감을 위한 사업 구조 재편이 고용 축소로 직결된 결과다.
이어 크래프톤과 더블유게임즈 역시 연초 대비 각각 8% 안팎의 인력이 이탈하거나 감소했다. NHN과 컴투스도 각각 4%가량 고용 규모를 줄이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 10대 주요 게임사 직원 수 현황 및 변동 추이 (2026년 6월말 기준) >
| 기업명 |
2026년6월말 직원 |
지난해말 대비 | 주요 특징 및 변동 요인 |
|
넥슨 (넥슨코리아 포함) |
9888 | +1% 미만 |
업계 최다 인력 규모, 신규 채용 일시 중단 및 조직 재배치 진행 |
| 엔씨소프트 | 3405 | +4.4% |
2024년 대규모 효율화(지난해말 기준 35% 감소) 이후 기저효과로 반등 |
| 크래프톤 | 1932 | 약 -8.8% |
수년간 급증세(2023년 1579명, 지난해 말 2118명) 이후 감소세 전환 |
| 컴투스 | 1446 | 약 -4.0% | 비용 효율화 기조에 따른 인력 축소 |
| 위메이드 | - | -13.5% |
10대 게임사 중 감축 폭 최대, 강도 높은 조직 재편 단행 |
| 더블유게임즈 | 354 | 약 -8.0% | 조사 대상 중 최소 인력 규모, 연초 대비 감원 |
| NHN | - | 약 -4.0% | 비용 통제 및 조직 슬림화 기조 반영 |
| 넷마블 | - | +1% 미만 | 보수적 채용 기조 속 소폭 유지 |
| 스마일게이트 | 비공개 | - | 비상장사로 집계 대상 제외 |
| 합계 (상장 9개사) | 19567 | -0.9% |
지난해 말(19,748명) 대비 181명 순감소 (9곳 중 6곳 감원) |
■ 거침없던 ‘성장 엔진’ 넥슨·크래프톤도 숨고르기…엔씨는 ‘반등’ 착시
이번 통계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그동안 게임업계 고용 창출을 주도해 왔던 대형 성장주들의 태도 변화다.
대표적으로 넥슨은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이어오며 고용 규모를 비약적으로 늘려왔다. 넥슨의 직원 수는 2023년 말 8231명에서 2024년 말 9332명(13.4% 증가)으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말에는 9834명(5.4% 증가)을 기록하며 1만 명 돌파를 목전에 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증가율은 1% 미만에 그쳤다. 넥슨은 올해 들어 신규 채용을 일시 중단하고 일부 미진한 개발 조직의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정비와 효율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흥행을 발판으로 매년 인력을 흡수하던 크래프톤 역시 증원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 2023년 말 1579명이던 크래프톤의 임직원은 2024년 말 1903명(20.5% 증가), 지난해 말 2118명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6월 말에는 1932명으로 내려앉으며 약 8.8%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인력이 증가한 곳은 엔씨소프트(4.4% 증가), 넥슨(1% 미만), 넷마블(1% 미만) 등 3곳에 불과했다. 이 중 엔씨소프트의 반등은 구조조정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엔씨소프트는 박병무·김택진 공동대표 체제 출범 전후인 2024년부터 강도 높은 권고사직과 분사 등 조직 효율화를 단행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말 엔씨소프트 직원 수는 2023년 대비 무려 35% 증발했던 만큼, 올해 상반기의 미세한 증가는 분사 및 사업 재배치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 개발 인력 보강 차원의 일시적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 원화 채용 대신 ‘AI 에이전트’ 투입…"정예화 기조 굳어진다"
게임사들이 잇따라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배경에는 신작 흥행 부진과 실적 둔화도 있지만, 제작 환경의 패러다임이 ‘생성형 AI’ 중심으로 급변한 영향이 결정적이다.
원화 디자인, 배경 그래픽, 텍스트 스크립트 작성, QA(품질보증), 번역 및 현지화 등 과거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던 단순·반복 개발 공정에 AI 툴이 전면 도입되면서 신규 초급·주니어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여기에 코딩 보조 툴과 데이터 분석 자동화가 결합되며 프로젝트당 요구되는 최소 인력 규모 자체가 과거 대비 대폭 축소됐다.
증권가와 게임업계는 이러한 ‘고용 없는 제작 환경’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추세로 굳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걸쳐 고정비 비중이 가장 큰 인건비를 통제하기 위해 조직 슬림화가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다”며 “동시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작 파이프라인 자동화가 현업에 빠르게 안착하면서 과거처럼 프로젝트 수주나 신작 개발에 맞춰 인력을 무차별 충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짚었다. 이어 “향후 게임사 채용 시장은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소수의 시니어급 핵심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